‘금정산 정기 받아 좋은 땅에 태어났으니’,‘금정산 앞마당에 터전을 닦아’,‘ 백두의 꿈 서린 금정을 보라’‘, 금정산 산기슭에 새벽벌 닦아 노니’. 필자의 출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지금 우리학교의 교가 중 한 구절이다. 필자에게 ‘금정산’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필자는 평생을 금정구에서 살았다. 물론 2년 여간 경기도로 캠핑간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시간이 멈춰있었으니 차치하겠다. 어쨌든 24년 동안 금정산을 지겹도록 봐왔다. 아무 생각 없이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이 금정산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금정산을 동네 뒷산 정도로만 생각했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온갖 소풍이란 소풍은 모두 금정산으로 갔으니.24년을 바라본 금정산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단지 추억이 녹아있는 산일뿐이었다. 사생대회 때마다 금정산의 풍경이란풍경은 다 그려봤다. 금정산성은 웬 돌덩이들이 쌓여있는 동네의 흔한 벽이었다. 집 주변에 있는 등산로는 범어사로 가는 지름길이었고, 금정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온천천은 동네 개울이었다.

 
최근 금정산을 국립공원화 시키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사실 조금 놀랐다. 설악산도 지리산도 아닌 바로 금정산이, 동네 뒷산이 갑자기 국립공원이 된다니. 자고 일어나서 담배 한 개비 입에 물면 국립공원이 보일 것이다. 맙소사. 축구선수 제라드의 아내가 매일같이 보는 그를 대단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제라드는 위대한 선수다).취재하다 보니 금정산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취재원 모두가 하나같이 금정산이 자연그대로의 산이라고,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을 위해 찾은 금정산은 익숙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는 여전히 높았고, 어릴 때 쫓던 청설모는 그날도 숲을 누비고 있었다.

 
사실 기사를 모두 쓰고 나서도 금정산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곳인지는 모르겠다. 매일 봐오던 가족이 하루아침에 다르게 느껴질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필자는 금정산을 지키고 싶다. 24년을 함께한 금정산의 나무가, 뛰어다니던 청설모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들이 사라지면 필자의 과거마저 흐려질 것 같은 기분이다.

 
학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대학생활도 흐려질지 모른다고. 당신이 지금 이 글을 학교에서 읽고 있다면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봐라. ‘ 장전동 산30번지’. 우리학교도 금정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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