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그렇다. 낙동강은 대하이다. 그리고 밀양시 하남읍은 이 대하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만든 곳이다. 낙동강은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서남쪽으로 넓게 휘어 돌다가 창녕 영산에 이르러 진주 남강물을 받아 방향을 틀어 곧바로 동진한다. 다시 삼랑진에서 남쪽으로 김해 부산을 지나 대해로 와르륵 밀려들어 간다. 하남읍은 영산에서 삼랑진 사이 낙동강이 곧바로 동진해 가는 중간 어름 강가 북쪽에 위치해있는 소도시이다.

하남읍은 낙동강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너른 수산평야 한 가운데 있다. 그리고 바다에서 올라온 상품들이 일단 쉬었다가 낙동강을 타고 올라가 경상도 사람 모두에게 바닷것을 먹이던 낙동강 수운의 본격적인 출발지이기도 하다. 대도시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강가의작은 소도시이겠지만 밀양 하남은 큰 강, 큰 평야 그래서 긴 역사를 가진 곳이다.

▲ 김용철(점필재연구소) 연구교수

이곳 하남읍에서 요즘 겨우 20명 남짓 참석하는 고전 강좌가 열리고 있다. 하남도서관과 밀양캠퍼스 점필재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강좌는 매주 목요일 밤에 두 시간씩 진행된다. 4월에는 판소리로 4차례(정출헌), 5월에는 퇴계로 5차례(정석태) 열렸다. 6월에는 맹자로 4차례(김용철)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2006년 밀양캠퍼스에 자리 잡은 점필재연구소는 그간 대중강좌를 많이 진행해왔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밀양에서 고전과 인문학을 대중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였다. 이번에는 참석자들이 하남도서관 박경미 관장이 그동안 운영해온 독서회 회원들이라서 유난히 특별하다. 중소도시에서 자신들 스스로 작은 모임을 꾸려 고전과 인문학을 열망해온 사람들과의 만남이란 생각보다 가슴 떨리는 일이다.

이제까지 강의는 재미있다는 평을 받는 모양이다. 아마 대학에서 생산된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다보니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또 이제까지 강의하신 두 분 선생님이 거의 강의의 신이라서 그러기도 할 것이다. 이제까지 독서회를 통해 쌓아온 내공들이 새로운 고전과 인문학의 강물을 만나 흠뻑 취하기도 했을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를 첨가하기로 한다.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다심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유사이래 경주, 진주와 함께 경상도 남부 3대 도시 중 하나였던 밀양이나 대하와 평야의 힘을 전유했던 하남이 다 그러하다. 이 오랜 역사의 시간을 소유한 사람들과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벼려온 진실의 힘을 간직한 고전의 만남, 이것이 하남도서관 강좌가 재미있게 느껴진 진짜이유일 것이다.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속에 긴 역사가 부여한 전통이라는 대하를 간직하고 있다. 거기에 판소리와 퇴계와 맹자라는 고전의 새로운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간 모습이이번 강좌이다. 점필재연구소가 꿈꾸는 대중강좌는 이렇게 각 사람들 마음속에서 두 대하를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은 낙동강보다 더, 아니 이 세상 어떤 강보다 더 큰 강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긴 시간을 소유한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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