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교양교육원)

20여 년 동안 여러 부서를 거쳤고, 여러 가지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 부서만의 특징과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단과대학에서와 교양교육원에서의 업무는 많이 다르다. 단과대학에서는 수행하는 입장이라면, 교양교육원에서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어떻게 더 좋은 교양교육을 제공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교과목을 개설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어떤 프로그램은 정말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지원이 적어 실망하기도 하지만, 어떤 교과목은 좋은 반응을 얻어 보람을 느낀다.

현재 진행 중인‘ 효원 리베르타스 특강’은인문, 예술,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저명인사의 초청특강인데, 250여 명의 정규 학생 외에도 청강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까지 쇄도하고 있다. 강의실 뒤편까지 가득 메워 두 눈을 반짝이며 듣는 학생들을 보면 이들이 장래 강단에 설 저명인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또한 이번 학기부터‘ 고전읽기와 토론’이라는 교양필수 교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맞춰 99권의고전과 명저를 풀어낸‘ 고전의 힘’을 엮어냈는데, 학계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교양필수에‘ 고전읽기와 토론’이라는 교과목까지 만들어서 고전을 읽으라고 할까? 단적인 예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 있다. 시카고대학교는 소위 돈 많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대학이었다. 그러나 1929년 로버트 총장의 부임 이후 ‘The Great Book Program’의 일환으로 고전 100권을 졸업 전까지 읽게 했는데, 그 결과 시카고대학교는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최고의 대학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학교 교양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저학년 때 들어야 하는 교양 교과목을 졸업 마지막 학기, 그것도 계절 학기에 들어야한다며 한 자리만 늘려 달라고 애원하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온다.‘ 얼마나 듣기 싫었으면 4년을 미룰까’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그 때문에 우리가 더 많이 고민해서 더 좋은 교과목을 개설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전공과는 관계없지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이 바로 고전의 힘, 곧 교양의 힘이다. 이젠 교양교과목을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수하는 교과목으로 여기지 말아 달라. 한국의 시카고 대학교를 꿈꾸며 오늘도 고민하는 이들이 여기 교양교육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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