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 <꽃을 던지고 싶다-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 순방길에서 여성 인턴을 성추행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축제기간에 남자생도가 여자생도를 성폭행했다. 대구 여학생이 성폭행 후 살해당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폭력 기사들이 뉴스에 오른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강간의 제국이 아니냐며 자조 섞인 한탄을 하기도 한다.

성폭력 사건을 알리는 뉴스들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폭행했으며, 피의자에게 어떤 법적 판결이 내려질지에 대해 알려준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 때문에 수사가 더뎌지거나 법정 공방이 길어지겠다는 말도 한다. 술이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 우발적으로 저질렀다 등등의 피의자의 신물 나는 변명도 곁들인다. 기사는 피해자의 신분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에서 피해자의 심경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대부분 함구한다.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에도, 시간이 한참 지난 그 이후에도 말이다.

 
<꽃을 던지고 싶다>는 성폭력을 당한 한 여성의 기록이다. 유년 시절 외삼촌과 주변 사람들에게 당한 성폭력이 개인의 일생을 어떻게 지배하고 바꾸어 놓았는지를 피해자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전희경 연구자의 말처럼“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증언을 담은 책은 매우 드물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님에도, 피해자들은 사건을 감추거나 축소시키려 한다.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공론화시켜도 도와줄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미디어가 다루는 성폭력 문제는 사건 그 자체보다는 피해자의 외모나 행동, 옷차림 등 성적(性的)인 부분이 원인인 듯 보도하여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말해져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건이후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차가운 사회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를,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일이 아님에도 스스로를 얼마나 학대하고 미워하고 있는지를. 그러면서도‘ 생존자’가 되어 다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이는 피의자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며, 피해자가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는 창구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면서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에 저자는“ 꽃이라고 은유되는 여성을 던져 버리고 싶다. 성폭력 피해를 양산하는,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폭력적인 문화를 향해 꽃을 던지고 싶다”고 말한다. 여성이 꽃이 되었을 때 남성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아름다운 꽃을 취하고, 가까이에서만지고 싶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옹호했다.

꽃을 던져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존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일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을 없앨 수만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손을 잡고 함께 꽃을 뽑아 던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성폭력사건으로 힘들어 하고 있을 여성 인턴과 여자 생도, 세상을 뜬 대구 여학생을 진심으로 애도해야 한다. 그것이 피의자의 변명을 듣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