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대표단 상경 시위 르포

지난 31일 아침 8시, 이른 시각임에도 우리학교 인문대 앞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다소 부산스러운 모습으로 상자 6개를 버스에 실었다. 상자 바깥에는 ‘부산대학교 학생 11,928명이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탄원서’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총학생회 이승백(법학 4) 문화기획국장은 “오늘 모인 이들은 정부에 2만 효원인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며 “정부의 실무담당자를 만나 우리학교의 위기를 알리고 국고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상경 하루 전, 학생대표단이 탄원서를 집계하고 있다

청와대로 출발한 버스는 고요했다. 이른 아침부터 나선 까닭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잠들어 버린 탓이다. 처음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학생들은 잠에서 깨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옆자리의 학생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사회과학대학 유푸름(심리 3) 부회장은 탄원서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탄원서 서명을 받으면서 학우들에게 우리학교의 위기를 알리는 과정 자체가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함께 담소를 나누던 동아리 연합회 최혜미(대기환경과학 2) 부회장은 “탄원서 자체가 엄청난 해결책이라기보다 대외적인 관심을 촉발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 경찰과 미묘한 신경전 속 기자회견 진행돼


5시간을 넘게 달린 버스가 청와대근처에 도착했다. 버스 밖에는 경찰과 경찰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학생 대표단은‘ 경찰버스가 꽤 많지만 경찰 수는 적은 것 같다’는 농담을 나눴지만 긴장한 기색이 뚜렷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직접 청와대에 탄원서를 전하러 가기로 한 6명의 대표인은 줄곧 굳은 표정이었다.‘ 학생대표6명이 탄원서함 전부를 청와대 실무자에게 전달하게 해달라’는 대표단의 요구와는 달리 경찰 측에서는‘ 학생대표 두 명만 1개의 탄원서함을 청와대 민원실에 놓고 올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 대표인들은 약간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원래 의도했던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결론을 내렸다. 대표단은 준비해온 플랑을 펼치고, 6개의 탄원서함을 플랑 앞에 내려놓은 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생명자원과학대학 김영권(바이오환경에너지 2) 회장은“ 다음 주에 당장 중요한 시험이 있지만, 오늘우리 학교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의 지원을 늘려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진심을 담은 학생 대표 발언에 주위가 숙연해졌다.

 

▲ 지난달 31일, 우리학교 학생 11,928명이 작성한 탄원서를 전달하기 위해 학생대표단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벌였다

오후 3시경, 결국 대표인 두 명만 청와대에 탄원서함을 전달하기로 합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6명의 대표인의 발걸음이 향한 길목을 경찰이 막아섰다. 청와대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는 학생대표인의 수와 탄원서함의 수, 탄원서함의 전달방식에 대한 입장차이로 팽팽한 긴장상태가 지속됐다. 이러한 대치 상황 속에서 학생대표단은 ‘박근혜 정부는 국립대학을 책임져라!’‘, 효원 굿플러스 문제를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한 학생처 박상준 팀장은“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면 불법집회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연행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탄원서함을 민원실에 놓고 오면 된다’는 경찰 측의 설명에 총학생회 최소정(특수교육 4) 회장은“ 탄원서함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다”며“ 받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탄원서함만 던져 놓고 올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터트렸다.경찰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민원 행정관이 나와서 탄원서를 받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원래 탄원서를 접수하면 담당자가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나긴 실랑이 끝에 총학 최소정회장과 공과대학 김범석(항공우주공4) 회장이 하나의 탄원서함만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다. 학생 대표 2인은 경찰차를 타고청와대 민원실로 향했고, 나머지 일행은 경복궁으로 향했다.

▲ 경찰과 학생대표단이 탄원서함 전달 방식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도 경찰의 경계는 계속됐다. 이승백 문화국장은“ 경복궁으로 향한 대표단 일행에게 50여명의 경찰이 일렬로 따라 붙어 감시했다”며“청와대가 보이는 곳으로 다가가자경찰 관계자가 대표단에게 ‘너희들은 사실상 예비범죄자가 아니냐’라는 말을 했고 이를 들은 일반 시민들도 분개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허탈한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탄원서와 집회를 준비했고, 만 명이 넘는 학생들의 서명을 받는 성과를 이뤘지만 결국 원래 의도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을 뿐더러 저녁 9시가 돼서야 경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총학 함형재(미생물 4) 집행위원장은 “결국은 소통의 문제인 것 같다”며“ 정부에서 조금만 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