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경제학의 창시자 아담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하면서 자유방임 경제를 주장했다. 이후 아담스미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형성된 고전 경제학자들은 공급에 따라 수요가 자연스레 조절되기 때문에 시장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1929년 대공황이 오면서 막을 내린다. 이에 영국의 금융경제학자 케인즈는 자유방임 경제의 실패를 지적하며 정부가 적극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한다는 수정 자본주의를 이끌었다. 케인즈 학파는 이후 30년 간 경제학계의 근간을 형성했다.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

1970년대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이에 케인즈 이론에 기반을 둔 경제학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1970년대 이후 시카고 대학교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하던 시카고학파가 등장했다. 시카고학파는 고전학파의 이론을 물려받은 신고전주의라 볼 수 있다.
 

이를 따라 ‘공급주의 경제학’과 ‘통화주의 경제학’이 등장했다. 공급주의 경제학이란 생산자에게 동기를 부여해 경제성장과 고용의 촉진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양준호(인천대 경제) 교수는 “생산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은 기업에게 유리한 조세 및 규제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아담스미스가 주장한 것처럼 세율인하는 오히려 조세수입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현대에 적용시켰다”고 설명했다. 공급주의 경제학은 레이거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낳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적극적인 감세, 규제 완화, 민영화 등의 신자유주의적인 기조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며, 당시 치솟는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을 잘 막아냈다.
 

통화주의 경제학은 1976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으로 전개됐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라는 인식과 동시에 화폐가 고용과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적으로 화폐를 생산하고 정부지출이나 조세를 변화하는 것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이에 프리드먼은 통화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 규칙을 둘 것을 주장했다. 자유경제원 최승노 사무총장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난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화폐를 생산해 경제난을 해결하려 한다”며 “통화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화폐 효과는 정부의 생산과 소비 등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

2008년 불거진 세계 금융위기는 시카고학파의 지나친 자유방임 경제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 이에 케인즈 학파가 다시 경제학의 중심이 됐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시카고학파와 대립적인 네오케인지언(신 케인즈 학파)로 꼽히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업 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아닌 금융기관이 나서는 것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그는 정부가 은행 지분을 직접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네오케인지언들의 주장에 제도 경제학 역시 주목받게 됐다. 박재필(군산대 경제) 교수는 “제도 경제학의 등장으로 시장시스템에 대해서 정부의 개입을 중요시했던 이전과 달리 정부의 개입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적으로 다양한 시민·사회적 개입도 중요시 여겨지게 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경제의 등장은 세계정부의 시장개입을 강조한다. 이대식(경제) 교수는 “자본이 국적을 두지 않고 초국가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기업의 규모가 국가의 힘을 넘어서고 있다”며 “따라서 세계정부의 시장 개입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개입과 방임 사이

세계 경제위기에 따라 경제정책의 기조는 변한다. 고전파 경제학은 1930년대의 대공황에 무릎을 꿇었고 이후 등장한 케인즈 경제학 역시 1950년대의 석유파동에 따른 경제 위기로 저물었다. 현재는 세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응하여 다시 네오 케인즈주의가 각광받고 있다. 김대래(신라대 경제) 교수는 “정부의 시장 개입정책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왔다”며 “개입과 방임 사이의 균형을 갖춘 올바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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