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부산역 일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흡연자들은 부산역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길에다 버렸다. 그 결과 부산역 일대는 이전보다 더욱 지저분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탓인지 최근에 관할 구청(동구청)은 부산역 광장 모퉁이에 재떨이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통을 배치했다. 아예 처음부터 별도의 흡연구역을 지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면밀한 검토 없이 만들어진 규칙이 오히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도 여기에 속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른쪽으로는 사람들이 정치한 채 이동하고 왼쪽으로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전성을 이유로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정지한 채 이동하는 것이 규칙이 되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정말로 바쁠 때가 있어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급하게 이동해야 한다.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를 걷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 된다. 그런데 세계의 무수한 도시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보행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가?
 

불편한 규칙은 우리학교에도 있다. 수강생 20명 미만의 과목은 절대평가로 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절대평가로 하면 평균 성적이 좋아지고 상대평가로 하면 평균 성적이 낮아지는 것이 경험적 사실이다. 이에 따라 수강생이 20명을 넘게 되면 학생들이 스스로 수강생을 조절해서 20명 미만으로 맞추는 이상한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학점이 인플레 되었다는 것은 이제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모든 과목을 상대평가로 하는 것은 어떤가?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강의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한 상대평가가 이치에 맞지 않나 싶다.
 

우리학교에 존재하는 또 다른 불편한 규칙은 소위 “1/3 규정”이다. “교양선택 과목은 교과목 당 1개 분반이 개설될 때에는 전임교원이 강의하고, 2개 분반이 개설될 때에는 1/2 이상, 3개 분반 이상 개설될 때에는 1/3 이상 전임교원이 강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임교원(교수)이 모든 영역의 학문을 포괄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원칙은 우리학교에 필요한 다양한 강좌의 개설을 어렵게 하는 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원칙은 우리학교 이외의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규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대학본부가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낳았는지도 의문이다.

세상에는 많은 규칙들이 존재한다. 규칙이 만들어지는 철학적 기조는 의무론과 공리주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대 다수에게 최대 행복을 제공하되, 소수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이러한 철학적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강한 듯싶다. 또한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면 더욱 효과적인 규칙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대의 변화를 추구하는 거대 담론도 좋지만 우리 주변에서 불편한 규칙들을 개선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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