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깊은 수렁에 빠진 양상이다. 그러나 길은 어둡고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난국을 헤쳐 나갈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도 보이지 않고, 구성원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뿔뿔이 흩어져 학교 걱정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총장은 총장직선제 유지 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렸고, 교수회는 교수들과 멀어져 몇몇 사람들만의 동아리가 됐다. 총장실 점거 농성은 그냥 버티는 총장 때문에 출구가 없어 보이고, NC백화점만 배불리는 효원문화회관은 정말 안타깝고 씁쓸하다. 우리학교의 상황은 정말 어렵고 힘들고 지쳐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막무가내식 버티기와 남 탓만 하고 있다. 리더도, 중재자도 없다. 학교가 이런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데, 리더십과 해결책, 중재안과 흉금 없는 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대체 우리학교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한탄스러울 뿐이다.
 

총장과 교수회장은 학교를 잘 운영하라고 뽑은 것이다. 대학 구성원 위에 군림하고, 귀를 닫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의견이 안 맞으면 무조건 자기식대로 고집피우라고 선출된 것이 아니다. 자신을 뽑아 준 대학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이들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런 모습이 대의 민주제 본연의 모습이다. 그런데 현 총장과 교수회장은 이러한 대의 민주제의 설계 의도를 완전히 이탈했다. 궤도 이탈의 결과는 예외 없이 참담하다. 뽑아 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멋대로 일을 처리하고 무작정 버티는 모습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자를 본다.
 

우리학교는 수도권 대학에 밀리고 세계 대학 속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상실해가고 있다. 새로운 위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열심히 대처하고 노력해도 위기극복이 어려운데, 우리학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대학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필자가 모르는 것인지 좋은 대책이 없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일은 시스템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우리학교가 수렁을 벗어나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뭉쳐야 한다. 사람들의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리더고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다. 우리학교 구성원에게 리더는 총장이고 교수회장이다. 진정한 리더가 없는 사회는 혼란 그 자체이고 불안정과 퇴행만이 약속되어 있을 뿐이다. 필자의 눈엔 현 총장이 이미 리더십의 부재로 레임덕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우리학교 구성원들이 바라는 건 명문 부산대의 자존심 회복과 복지, 그리고 잘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이다. 위기에 처한 우리학교에는 비록 진정한 리더는 없지만, 교수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으며 교직원은 착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리더십의 공백과 위기 속에서 교수와 교직원들이 학문?지성 공동체를 스스로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본다. 우리학교는 몇몇 잘못된 리더 말고는 그래도 살아 있다. 희망이 여기서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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