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사회의 해악인가? 게임이 갖는 여러 문화적 가치가 각광을 받고, 게임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있음에도 여전히 게임을 해악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심지어 범죄의 주요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시행한지 만 1년이 지났다. ‘셧다운제’란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규제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게임 산업이 콘텐츠산업의 핵심동력으로 꼽히고 있지만 여러 규제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게임 산업을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규제의 등장 배경에는 게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기성세대는 대부분 게임문화를 ‘중독’, ‘폐인’ 등의 이미지와 연결시켜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지난해 ‘한일 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 이미지’가 50.6%로 ‘긍정적 이미지’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일래(사회) 교수는 “오늘날의 대표적인 놀이 형태인 컴퓨터 게임에도 ‘노동’을 중시하고 ‘놀이’를 부정적으로 여겼던 전통적인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게임학회 이원형 회장은 “게임은 과거 구슬치기, 딱지치기 같은 놀이와 다르지 않다”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인 게임을 사회병폐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는 게임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올해 국내 최대 게임 박람회 ‘지스타’의 접수율이 지난해 대비 10%가량 줄어 위축된 게임업계의 모습을 반영했다. 이원형 교수는 “정책은 육성과 규제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며 “규제로 부정적 인식만 키운다면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용기를 잃고 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규제정책의 실효성도 낮다. 여성부가 실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에도 ‘자정 이후 청소년 게임 이용’은 단 0.3% 줄어드는데 그쳤다. 최삼하(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는 “규제에 앞서 게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바탕이 돼야한다”며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적인 방식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편견에 근거한 맹목적인 규제 대신 게임의 순기능을 극대화 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의 긍정적 측면 확대를 위해 정부와 게임업체가 적극 소통하고 조금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 이재홍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는 “스스로 조절하고 즐길 수 있다면 게임은 ‘악’이 아닌 건전한 ‘놀이문화’가 된다”며 “게임업체 또한 이익에만 집착해 저급한 게임을 만들기보다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적용된, 착하고 좋은 게임을 만들어 인식 전환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삼하 교수는 “기성세대나 언론도 부정적 프레임을 버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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