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는 글쓰기를 ‘달리기’에 비유하곤 한다. “달리기를 할 때 결승점을 통과해야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며 “소설도 결말을 내야만 의미를 지니고, 글을 쓴 작가도 발전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즉 김연수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기록이 아닌 완주다. 중요한 것은 좋은 결과를 얻었는지, 얻지 못했는지가 아니라 끝을 맺었다는 사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성실한 과정의 의미를 아는 김연수 작가를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꾸준히 다작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보통 어떻게 작품을 쓰기 시작하나? 집필과정이 궁금하다.

좋은 소재를 찾아서 소설을 쓰려고 하면 평생 글을 쓸 수 없다. 소재는 기발해도 막상 쓰기 시작하면 기발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생각을 오래 할수록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없을까’ 등 잡념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쓰고, 고치기를 반복해 하나의 완성작을 만드는 사람이다. 나는 소설을 쓸 때, 매일 2매를 쓰고 2매를 고친다. 이렇게 반복해야만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된다. 모든 소설가들이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소설을 쓴다. 그런데 사람들은 소설가가 재능으로만 소설을 쓴다고 오해를 한다. 놀이로서 글을 쓰는 20대에는 재능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마음을 먹고 일로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재능은 트리에서 빛나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쓰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문장을 고치고, 맥락을 맞추는 노력이 픽션에서는 필수적이다.

 

지금은 소설가로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수상한 유명작가가 됐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번쯤은 슬럼프를 겪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떠한가?

물론 있었다.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니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체력의 한계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이 나를 지치게 했다. 한동안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글을 쓰지 못했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글이 더는 써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은 항상 나를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불안감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글이 써지지 않거나, 체력적인 문제로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강정마을에 평화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 작가모임’에서 265명의 문인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는데 어떻게 이와 같은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듣고 싶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거대한 권력과 아주 약한 힘이 부딪치고 있다. 나는 어떠한 문제를 둘러싸고 강자-약자가 나뉜다면 약자를 지원해 동등한 입장에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활동이 평화도서관 건립이었다.

 

문인이 되기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 가장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나는 하루에 2~3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서도 할 일이 없어서 친구를 불러내 술을 마시곤 했다. 그때는 무슨 뜻이 있어서 책을 읽고, 글을 썼던 것이 아니라 할 일이 없고, 불러주는 사람도, 갈 곳도 없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책을 읽었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을 읽은 경험만큼 소중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새로운 작품만 인정받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써야 한다. 그래서 이미 세상에 나온 작품들을 읽어야만 한다. 문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지금부터 하루에 한 권 씩 책을 읽으면 30대가 됐을 때는 어마어마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김연수 작가에게 20대와 청춘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나는 20대가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전에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멍청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때는 씨를 뿌리는 시기로, 무언가를 이룬다거나 수확할 수 없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때 무엇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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