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예술가만이 생산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예술을 바라보던 우리들의 관점이다.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깬 예술이 있다. 1970년대 부흥했던 민중예술이 그것이다. 민중예술은 일반 민중이 그리는 예술, 민중을 위해서 존재하는 예술을 말한다.
 

민중예술은 1970~80년대에 부흥한 예술 사조다. 민중예술의 장르는 크게 민중문학, 민중가요, 민중미술로 나눌 수 있다. 민중문학은 일제강점기의 저항문학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1960년대 4·19혁명 때 활동했던 박봉우, 신동엽 그리고 1970년대 유신체제 때의 고은, 김지하 등은 사회변혁을 외쳤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신진시인 동인 <시와 경제>, <오월시>이 민중시를 주도했다. 이후 소외계층인 노동자, 농민과 결합한 형태로 나타났다.
 

민중가요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시절 대학생들에 의해 탄생했다. 대학생들은 기존의 대중가요를 거부하고 자신의 의견을 대변할 음악을 필요로 했다. 민중가요가 가장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는 80년대 말이다. 6월 항쟁과 노동자들의 투쟁을 거치며 대학생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조, 노래패, 풍물패가 만들어졌다.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 윤종식 대표는 “술자리에서도, 캠퍼스에서도 민중가요를 들을 수 있었다”며 “그 당시에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현재 투쟁현장에서 널리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중미술 역시 1970, 80년대에 등장했다. 민중미술가는 민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걸개와 판화로 활동해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민주공원 신용철 큐레이터는 “작품들은 촛불집회에 저항의 의미로 사용되는 촛불과도 같다”며 “촛불과 걸개, 판화는 돈이 없는 민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 즉 힘없는 민중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민중예술의 각 장르마다 등장한 시기는 달랐지만 저항적이고 투쟁적인 성격은 같다. 주로 현 시국에 대한 사회 비판적 인식, 저항정신을 담아냈다. 민중예술이 지닌 가장 큰 무기는 ‘진실성’, ‘공감’이다. 당시 민중들은 자신의 삶을 반영한 예술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대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장기간 투쟁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민중예술에 있다.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민중예술의 정치적 목표도 옅어졌다. 뒤이어 자본주의의 물결이 밀려왔고 예술은 이에 발맞춰 재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작가들은 앞 다투어 진지한 주제를 피하고 소재나 다루는 방식을 가볍게 했다. 김경연(국어국문) 교수는 “역사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다. 흥미를 위주로 한 역사소설이 인기를 끈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뒤로 밀려난 민중예술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최근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등 사회문제가 터지면서 민중예술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비주류계층을 대변하는 인디음악은 민중가요의 맥을 이어오고 있고, 사회구조의 부당함을 고발한 작품인 <의자놀이>, <도가니> 등은 베스트셀러에 올라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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