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을 전공하는 기자 이혜주의 ‘모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뀐다. 쥐의 장기를 관찰하고, DNA를 정제하는 등 실험을 끝내자마자 향하는 곳은 눈 감고도 찾아가는 문창회관. 숨 돌릴 틈 없이 회의에 돌입해 지난주 기사를 평가한다. 이 시간은 내가 스무 살을 특별하게 보내고 있음을 가장 절실히 깨닫는 때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보는 것을 즐겼다.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관심도 못지않았다. 덕분에 과학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과학 대중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실천방법은 구체적이지 않아서 늘 뜬구름만 잡는 느낌이었다.

대학 입학 후, 과학지식 대중화를 위한 필수 요소가 언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 신문사였다. 하지만 부수습기자가 되면서 생겨난 부담과 피로는 생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많은 고민 중 떨쳐내지 못한 것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학과 공부와 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던 신문사 생활이 ‘주객전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학과와 신문사, 양쪽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방인이 된 것 같아 두려웠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고등학교 때 썼던 대입 자기소개서를 보게 됐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은 ‘나만의 장점을 발전시켜 살아가겠다’는 당시의 내 결심이었다. 또한 대학생인 지금은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시기를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제 나는 ‘생활이 주객전도된 것 같다’는 고민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과학과 언론의 괴리를 깨고 두 분야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과계열 기자이기에 발굴할 수 있는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는 자연계열 학생들의 시각을 많이 반영해 부대신문의 시야를 더욱 넓히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뒤따르는 고통은 발행된 신문을 읽을 때의 뿌듯함을 이길 수 없었다.
 
지금도 주위사람들은 왜 쉬운 길을 두고 혼자 힘든 길을 가려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쉬운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어려운 길이라고들 말하는 이 일을 내가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젠 ‘정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내 장점이 부각된 발전적인 기사를 쓰고 싶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만 모두 함께 잘해나갔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