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이 많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아침잠이 많다거나 낮잠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다. 공부나 일을 할 때 무기력하게 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남들보다 공부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거나 공부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수험생 시절 책만 보면 잠이 드는 자신을 보며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신문사는 무기력한 나를 쉴 새 없이 바쁘게 만들었다. 주말에는 기획회의를 준비하느라 새벽 5시까지 밤을 새기 일쑤였고, 나름대로 준비한 기획이 기본적인 기준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허탈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수동적인 트레이닝 과정에서는 기사에 대한 자신이 없어져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신문사에서는 무기력하게 졸지 않았다. 기획과 취재에 쫓기던 낮에도, 마감과 조판에 쫓기던 새벽에도,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만은 맑았다. 책으로만 보던 사회를 스스로 바라보는 입장이 된다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또한 개인적인 욕심 없이 모르는 사람을 취재하는 과정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낙수를 쓰기 전 선배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자신에게 신문사가 어떤 조직인지 알아내려고 애쓰라는 것이었다. 아직은 명확하게 신문사가 어떤 조직인지 정의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무기력하고 목표가 없었던 학창시절의 ‘잠’을 단숨에 사라지게 한 곳, 그곳이 바로 신문사인 것만은 알고 있다. 왜냐하면 좋은 기사를 쓰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신문사 식구들과 함께 힘든 작업을 견뎌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잡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냉철하게 대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감시자로서, 또한 끊임없이 사실과 거짓을 나누는 주체로서 기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낙수를 쓰고 있는 지금, ‘잠’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서 신문사라는 공간을 통해 ‘꿈’을 펼쳐보려고 한다. 거창한 꿈이 아니라, 발행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조금씩 더 뛰어난 기자가 되는 꿈이다. 더 많은 취재원을 만나고, 더 깊게 사회를 분석하고, 더 치밀하게 기사를 쓰는 과정이 꿈을 이루는 기초가 될 것이다. 또한 수습기자 때 미처 담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고 싶다. 재개발에 힘들어 하는 지역 주민들, 해군기지 건설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강정마을, 대기업 자본에 침식된 골목 상권 상인들. 그들이 말했지만 미처 듣지 못했던, 사회의 부조리에 시달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더 생생하게 듣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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