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하 강사법)은 다음 해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실 이 법안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에서 발의된 많은 법안을 제치고 정부가 ‘대안’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시간강사’의 명칭을 ‘강사’로 변경”한다는 것이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이유다.
 
그러나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한다는 강사법은 정부의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기 5개월 전인 지난해 7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그동안 전임교원의 범위에 포함됐던 ‘교수, 부교수, 조교수 및 전임강사’를 ‘교수, 부교수 및 조교수’로 변경했다. 이번에 시행을 앞둔 강사법은 전임강사를 없앤 자리에 강사를 포함해 교원의 범위를 ‘교수, 부교수, 조교수 및 강사’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면 내년,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학에서 시간강사가 모두 법적 교원인 강사가 되는 것일까?
 
문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강사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대학을 황폐화하는 악법이다. 먼저 강사법이 시행됨으로써 이득을 보는 쪽은 대학이다. 특히 가뜩이나 부족한 전임교원을 확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사립대학은 이제 전임교원을 채용하지 않아도 되니 쾌재를 부를 판이다. 이전 법에서 전임강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교원이었다. 그러나 전임강사 자리를 대체한 강사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 교원이며, 전임강사가 누리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법으로 보장됐던 전임강사와 달리 강사의 지위와 처우는 학칙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대학은 완전히 시장의 논리에 따라 비용이 훨씬 덜 들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강사를 채용할 것이다. 대학은 결국 비정규교수들로 채워질 것이고 대학 교육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두 번째는 기존의 시간강사들은 대량해고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정부는 강사제도 도입을 규정한 고등교육법 개정의 후속조치로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는데, 시행령에 따르면 강사는 한 대학에서 9시간 이상을 강의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시간강사의 평균 강의 시수는 5시간 내외다. 그러므로 산술적으로 소수의 강사를 선택해 9시간 이상 강의를 맡기면 절대다수의 시간강사들이 강의를 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은 곧 해고를 의미한다. 강사법이 잔혹한 ‘의자놀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대로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대학 교육은 점차 피폐해질 것이다. 그리고 전임교원이 돼야 할 사람이 1년 단위의 계약직 교원에 불과한 비정규교수가 돼 위태롭게 계약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전임교원이 필요한 자리에 전임교원을 뽑지 않는 괴이한 교육 체제가 굳어질 것이다. 다행히 지난달 31일 유기홍 의원이 강사법 시행을 3년 유예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사법 시행유예 법안은 오는 21일 교과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돼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전체 7만여 명의 시간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 강사법 시행유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