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의 시절이 다시 다가왔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 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지역 내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우리대학에 대한 평판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상당히 걱정스럽다. 실제 고등학교 입시를 담당하시는 교사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부산대학교의 실상에 대해서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대학교수님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항상 우리 학생들의 수준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음을 걱정하고 불평도 하지만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본 일은 거의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교수들도 그러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논문 한편 더 쓰고, 과제 하나 더 쟁취해서 개인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실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교수님들이 입시 이전에 방문하여 고등학생들을 격려하고 학문적 자극을 주는 것은 어떤 거창한 입시설명회보다 더 가치 있고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유효하다고 한다. 특히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어본 고등학생들은 해당 교수가 속한 대학, 학과에 대하여 상당한 신뢰와 관심을 표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입시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많은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학내 구성원과 지원자 사이의 교감은 해당 학과, 대학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증대시키는 데에도 큰 몫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입학성적이 높은 학생보다는, 성적은 좀 낮지만 전공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생이 취업은 물론이거니와 더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전공과 대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지역 내 고등학교에 대한 관심부터 높여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들은 지역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전공과 대학을 소개하는 일을 수준 낮은 3류 대학의 일로 멸시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안이함은 우리가 처한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는 대학은 이런 일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노골적으로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선발은 학교 당국이 모두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의 타령으로는 결코 2류 대학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우수한 학생을 먼저 끌어오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라는 지엽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학이 속한 부산지역에 대한 봉사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고등학생들을 외면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이를 위해서 교직원들의 의식개혁이 근본적이지만, 그에 앞서 이런 일이 적절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 부산대학이 지역거점대학으로 자리매김 되길 희망하지만, “거점”이라는 떡에만 관심을 보이고, “지역”이라는 책임을 무시한다면 원하는 미래는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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