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사회에 새삼스럽긴 하지만, 대학에 와서 대학생들이 아주 바쁘게 산다는 것을 느꼈다. 다들 무언가에 쫓기듯이, ‘잉여’로운 상태가 죄라도 되는 양 무엇이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해낸다. 또한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버스 안에서 불안해하며 계속 시계를 보는 사람들, 걷는 중에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피부로 느낀다.
 
필자는 시간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능숙하지 않지만, 적당히 잉여할 줄은 안다. 한적한 오후면 햇볕 드는 창밖의 풍경을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강의실에 일부러 일찍 들어가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구경하며 다들 뭘 하러 가고 있을까 상상한다. 그래도 시간을 낭비했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바쁘게 사는 것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필자가 멍청하다거나 하는 흉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이 나쁘지 않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점, 어학 점수와 각종 자격증 등이 친구들과 견주어 크게 문제될 정도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일상의 잉여로움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힘을 내서 살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일종의 청량제 같은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날씨가 한창 좋을 때에도 교내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기억은 손가락에 꼽는다. 다들 바쁨은 미덕이라는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에 잠식돼 있는 것만 같다. 여유롭고 안락한 삶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 과정에는 여유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다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치열하게 사는 것을 이렇게 평하는 건, 아직 뭘 모르는 한 1학년의 치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생이다. 아직 젊고,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는 시기다. 이런 우리에게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는 사치가 아닌, 잘 자라기 위한 자양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할 일이 많을수록 조금은 여유있게, 힘들수록 한 박자 늦춰가면서 잠깐의 잉여로움을 즐기는 것은 우리들의 꿈을 위한 디딤돌이 돼 줄 것이다.
 
마침 따뜻한 아랫목에서 잉여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바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도 읽고 몽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잉여로움을 즐길 줄 아는 대학생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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