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세 편이었다. 이 작품들을 보면서 문득 소설은 ‘가장 성실한 진술의 한 가지 형식’이라던 이청준의 말이 떠올랐다. 응모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아쉬움과 소설쓰기란 어떤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본 그녀의 이름을 나는 이제 안다>는 여러 가지 점에서 아쉬웠다. 우선 단편소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요소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단순하게 말해 소설은 형식을 갖춘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의식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 있고 서사적 전개와 무관한 내용들이 너무 많이 삽입되어 번다해져 버렸다. 문장도 더 다듬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통>은 이야기 구조는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응축된 내용으로 강렬한 효과를 내어야 하는 단편소설의 특징에는 못 미치는 점이 있다. 사건의 전개에 따른 인물의 성격이나 의식의 변화도 눈에 뜨이지 않고 군더더기 내용이 많아 보인다. 그러면서 정작 필요한 내용은 생략되어 있어 이야기의 힘이 마지막에서 많이 떨어져 버렸다. 우리말 서술능력을 키우고, 응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사건을 드러내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집시의 독백>은 서사의 구성이 탄탄하여 독자의 흥미를 끄는 능력이 돋보인다. 짧은 내용이지만 서사를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우연을 사건화하는 재치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짧은 내용 속에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점과 우연이 다소 남발되어있는 점이 아쉽다. 재치는 순간적으로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상적 현실과의 관계를 과장하지 않고 우연이 가져오는 충격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가장 성실한 진술의 한 가지 형식’이라는 이청준의 말도 되새겨보길 바란다.
  심사위원들은 이들 작품이 보여준 현재의 글쓰기 능력,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더 많은 정진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집시의 독백>을 당선작으로 골랐다. 훌륭한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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