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이본 연구-간사(刊寫) 방법에 따라>

  본 연구는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전우치전(田禹治傳)>의 이본을 검토하고 이본 발생 이유를 간사(刊寫) 방법의 차이와 이에 따른 개작자와 독자의 변화로 설명하고자 한다. <전우치전>의 이본을 간사 방법에 따라 필사본, 목판본, 신활자본으로 나누고, 내용에 따라 잡기본, 일사본, 나손본으로 나누었다. 이 가운데 나손본은 다른 이본군과 내용이 이질적이므로 제외하고, 잡기본과 일사본 중 한문 필사본(『잡기류초』소재본), 한글 목판본(경판 37장본), 한글 신활자본(신문관본)의 비교 연구를 수행하였다.
  구조를 살피기 위해 각 이본을 세 부분으로 나눈 다음 최소 서사 단위로 분석하여 비교하였다. 한문 필사본은 논평을 실어 식자층에게 익숙한 전의 형식을 취하였고, ‘도술 행위’가 단순하다. 한글 목판본은 영리를 위해 인기 설화를 병렬적으로 삽입한 구조를 보이며, 한글 신활자본은 모본인 한글 목판본과 전체적인 구조가 유사하나 ‘도술 획득’이 삭제되었다. 인물을 살펴보면 한문 필사본에서 전우치에 대한 작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한글 목판본과 한글 신활자본의 경우 개별 삽화마다 전우치에 대한 시각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글 신활자본에는 양봉래라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단군 사상에 근거한 전우치와 서화담의 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지적한다. 전우치의 도술을 표현하는 단어 또한 다르다. 한문 필사본은 부정적인 능력이라는 의미에서 “요술”을 사용하고 있고, 한글 목판본은 “요술”, “환술”, “도술”을 모두 사용하며, 한글 목판본은 “법술”, “술법”을 사용해 도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제의 경우 한문 필사본은 유교를 절대 우위에 두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한글 목판본과 한글 신활자본은 백성의 고통을 돌보지 않는 지배 계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한글 목판본은 개인적인 목적에서 도술 행위가 출발했지만, 한글 신활자본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하였으며, 민족주의 사상까지 드러내고 있어 사상적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
  이본 간의 차이점은 간사 방법의 차이에 기인한 것인데, 간사 방법의 특징이 해당 책의 주된 독자를 결정하고, 개작자는 독자가 선호하는 내용과 주제를 담아 이처럼 뚜렷한 차이점을 낳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문 필사본은 한글 목판본에 이르러 내용과 대상 독자가 확장되었고, 한글 목판본은 한글 신활자본에 이르러 사회적 시각을 넓혔다. 그 결과 한문 필사본과 한글 신활자본은 중첩점이 적고 상당한 거리감을 획득하는 이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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