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용호동에 위치한 작은 주점, ‘따뜻한 부뚜막’에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반기는 주인 엄정옥(용호동, 47) 씨가 있다. 정옥 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해져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장애에 구애받지 않으며 ‘장애인’이라는 말도 꺼려하지 않는다.
 
‘따뜻한 부뚜막’은 지난해 11월에 개업해 1년 넘게 성업 중이다. “힘들게 살다보니 나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점을 갖기 위해 내 나이만큼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정옥 씨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 글 쓰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지만 아버지 사업 실패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며 “미련이 남아 여러군데 투고도 해봤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답장에 결국 포기하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녀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뛰어든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다. 정옥 씨는 “남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에서 장애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용달회사에서 기사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돈을 받기도 하고 구두를 수선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순탄치 않았던 삶의 이면에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제도의 불합리함과 장애인들 스스로 벽을 쌓아버리는 한계가 존재했다. “장애인이라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복지관에 조금이나마 후원을 하고 있다”고 밝힌 그녀는 후원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기존제도에 의문을 가졌다. 정옥 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에 대상을 따지지 않고 참여시키는 것은 예산낭비”라며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특성화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취업을 하자마자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되는 제도 또한 문제 삼았다. 그녀는 “지금의 제도는 장애인들에게 자리 잡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비장애인들보다 자기계발이나 직장 적응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는 낙후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한 정옥 씨는 장애인들의 의식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장애인 스스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식을 바꿔야 비장애인들의 의식도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옥 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사회에서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가게에는 돈을 내지 않겠다는 손님들도 있었다”며 “이러한 사회적 편견, 냉대에 기죽지 않고 당당해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행복을 찾은 엄정옥 씨. 항상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면서도 자신의 행복 또한 포기하지 않는 그녀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정옥 씨는 “자식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후 산에 올라가 살 것”이라며 “도자기를 만들며 철학도 공부하고 글도 쓰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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