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은 ‘계급론’에 대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계급론은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계급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계급론은 마르크스, 베버 등의 학자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 수많은 계급론 중 마르크스의 계급론이 가장 널리 알려진 사상이다. 마르크스는 계급이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나눠진다고 봤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계급간의 착취가 이뤄지게 된다. 즉 계급은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계급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사회주의에 회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를 긍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여전히 계급론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보다 착취 관계에 더 주목한다. 오늘날 서비스업과 같은 중간계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생산수단의 소유여부만으로 계급간의 착취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간계급은 말 그대로 프롤레타리아(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과 자본가 계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계급을 의미한다. 김호균(명지대 경영정보) 교수는 “또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 변화된 계급 구조를 해석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한편 포스트마르크스주의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지닌 계급의 유용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성(性)·인종 등의 문제가 소외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한다. 오늘날 성이나 인종 역시 계급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돈문(가톨릭대 사회) 교수는 “인종적 차이나 성적 차이가 억압과 지배의 원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종관계는 계급 관계와 맞물려있다”고 설명했다.

계급론은 사회적 불평등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하지 못한다

 
사회적 불평등은 계급이 아닌 ‘인간 개개인의 능력에 의해 발생한다’는 입장이 있다. 개인이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교육, 돈과 같은 많은 기회비용이 드는데, 이 때문에 자신이 치룬 대가에 대한 보상을 얻고자 한다. 이에 사회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구조를 형성하고자 한다.
 
또한 계급이 과거에는 사회적 불평등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20세기 후반 후기산업자본주의 사회로 들어서면서 그 타당성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김진업(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오늘날 노동자 계급은 자신의 계급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아닌 이에 반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기도 한다”며 “이는 노동자 계급이 그들의 계급적 성격을 잃어버린 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계급에 속하더라도 계급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성향을 띄기 때문에 계급을 통해 사회 불평등을 해석하는 것은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기존의 계급론으로는 세계화와 투기 자본의 생성으로 변화한 사회구조를 포착하기 힘들다. 계급론은 한 국가 내의 계급투쟁을 가정하고 있으며, 생산수단 뿐만 아니라 축적수단이 자본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존의 계급론을 잘 포착하지 못한다. 신광영(중앙대 사회) 교수는 “자본의 초국적화와 투기 자본이라는 현상을 포착하지 못하면 지금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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