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관(한문) 교수,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교수의 책 그 뒷면 세 번째, 이번에는 부대신문이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의 저자 강명관(한문) 교수를 만났다.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는 조선시대 소수자였던 여성이 어떻게 그림으로 나타났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가부장제에 얽매여 남성의 ‘성적 대상화’되어야 했던 조선 여성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읽을 수 있다.
 
1년에 걸쳐 집필된 이 책은 대중에게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조선 여성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됐다. 책에 사용된 그림들은 모두 강명관 교수가 모으고 해석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충도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작품을 수집한 기관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강명관 교수는 “집필 중에도 어떤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어서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집필 막판에 새로운 그림이 발견돼 텍스트를 수정하는 일이 있었는데, 춘화도 많이 남아있음에도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책을 집필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에게 자료를 제공받으며 강 교수는 힘을 북돋았다.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충격적인 그림은 <삼강행실도>와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속 열녀전이다. 강명관 교수는 “충신, 효자, 열녀가 있는데 열녀만 대개 죽음을 맞는다”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남성에게 묶인 성적 종속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녀를 그린 작품 속에서 여성은 절개를 지키기 위해 손발이 잘리고 죽음을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성리학, 가부장제의 관념이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미인도에도 드러난다. 그림 속 미인은 대체적으로 조선시대 남성이 원하던,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신윤복의 ‘과부’는 책 속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작품 중 하나다”고 그림을 보여주는 강명관 교수. 그는 “봄이 오고 강아지도 짝짓기를 하는데도 집 안에 갇혀 죽은 소나무 가지에 올라가 개를 볼 수밖에 없는 과부의 처지를 날카롭게,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과부’를 극찬했다. 강 교수에게서 신윤복 작가에 대한 애정도 엿보였다. 강 교수는 “가채와 저고리를 독특하게, 그리고 미인의 얼굴을 생동감있게 그린 신윤복의 ‘미인도’와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과부에서 그의 천재적 면모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의 여성들은 대개 남자에게 종속된 대상으로 표현됐지만 ‘주체’로 등장한 작품도 있었다. 바로 춘화다. 춘화는 성행위 장면을 노골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춘화에서 여성은 가부장제의 틀에 박혀 성적 주체성을 거세당한 존재보다는 쾌락, 성행위의 주체로 표현된다. 강명관 교수는 “춘화는 가부장제와 성리학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적 욕망은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명관 교수는 책을 읽는, 읽을 이들에게 “그림을 볼 때 표면적인 것만 보면 안된다”며 “그림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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