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말로 ‘촌 빨 난다’가 있다. 촌스럽거나 구태의연한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흔한 국제문화행사가 일 년만 살펴봐도 일일이 기억 못할 만큼 많다. 그러나 늘 비슷한 이벤트며 국제라는 명칭을 쓰려면 적어도 3개국이상이 참여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정의처럼 떠돈 지 오래다. 교류 없는 국제행사는 아무런 반성 없이 점점 늘고, 단발성에 그친다. 이런 이벤트는 정부 요인의 참석여부, 모여든 사람의 숫자가 성공의 잣대가 되곤 한다. 그러니 국가 혹은 지방정부가 나서 엄청난 공공재원을 투입하는 꼴이다. 이 글이 국제문화교류의 주목할 만한 모델을 소개하면서 교류 없는 국제문화행사들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이제 국가 대 국가, 국가 대 지역 등 국가가 직접 나선 국제교류는 촌 빨 나는 일이다. Local to Local. 국제교류의 패러다임이 변한지 오래지만 우리에겐 인색한 변명과 무지에 가려있다.
 
2009년 후쿠오카 예술가들이 대안공간과 청년문화 지형 관찰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곤궁한 호주머니를 털만큼 관심이 컸고 열정적이었다. 현장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질문과 메모를 거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부산의 예술가들도 후쿠오카 전역의 예술 공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주 오가면서 만들어진 것이 ‘부산후쿠오카아트네트워크’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왕래한 횟수가 56회, 지역 또한 큐슈 전역과 부·울·경 동남권 전역으로 넓혀졌는데 이것은 당초 문화적 지역국가(Region State) 모델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토대위에서 자유롭게 교류하며 서로의 작업공간을 왕래한다. 2010년 초 이들은 WATAGATA ARTS FESTIVAL(왔다갔다아츠페스티발)을 창설, 2010년 9월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JR하카다역 등 시내 전역에서 40여명의 양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지난 10월 초 연안여객터미널, 용두산갤러리, 보수동책방골목, 40계단 등에서 열린 2회 행사에는 소통을 강조한 <NET-CO>의 주제로 5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스텝과 주제를 정하는 일부터 홍보물 디자인까지 머리를 맞댄다. 또한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작업하길 더 선호한다. 방문지역의 스토리와 오브제를 가지고 사람들과 같이 만드는 공유의 가치를 지향한다.
 
행사 준비를 위해 수 없이 오간다. 왔다갔다는 일상이다. 부산에서 서울, 후쿠오카에서 도쿄를 가는 시간보다 부산과 후쿠오카는 시·공간적으로 가까운 지정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지역과 지역이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찰했기에 가능하다. 서로의 형편을 안다. 부산 예술가들이 창작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참여에 적극적인 반면, 후쿠오카는 창작에 있어 깊은 내면적 탐구를 중시하지만 사회적 참여에 다소 소극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관찰을 통해 부산 예술가들은 자생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후쿠오카 예술가들은 사회적 가치를 지닌 공공재로서의 예술을 주목하게 됐다는 점이다.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 속내까지 털어 놓다보니 서로 힘든 점도 예외가 아닐 터, 일상에서 시작되는 관찰은 뿌리가 깊어 좋은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본다.
 
유네스코는 문화다양성 협약을 통해 사람과 문화 간의 상호 존중의 틀 안에서 번성하는 문화다양성이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 문화는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양식을 가지며 그 다양성은 사람과 사회의 정체성과 독특성과 다원성에서 구현된다는 점, 문화다양성이 생각의 자유로운 유통으로 강화되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육성된다는 점을 들어,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호혜적 방식으로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기 위해 문화 간 대화를 장려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 균형 잡힌 문화교류의 한 방편이 ‘로컬 투 로컬/L·T·O’가 아닐까 한다. 목적하지 않았지만 L·T·O 위에 자연스레 형성된 GLOCAL이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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