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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체제 타파' vs '새로운 서열화'
  • 박소희·이혜주 기자
  • 승인 2012.11.05 22:01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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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혁명 이후 형성된 프랑스식 대학체제는 ‘국립대 연합 체제’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프랑스 국립대학은 총 13개로, 각 대학은 종합대학의 형태로 존재하며 특성화된 몇 개의 학과로 운영된다. 이 체제가 정착한지 40여 년이 지난 현재 이에 대한 평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 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프랑스 대학의 서열이 철폐된 이후 ‘대학 문호개방’과 ‘교육민주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대학체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체제로 인해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각종 대학 지표에서 낮은 순위로 평가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 이러한 프랑스식 대학체제를 참조한 ‘국립대 연합체제’가 기존의 대학체제의 약점을 극복할 새로운 대학체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 이 체제가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현 대학 교육 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국립대의 상향평준화로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
 

국립대 연합체제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연구 역량 강화 △학벌주의 완화 △교육의 질 향상 △국가균형발전 기여 등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형 국립대 연합체제의 1단계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은 국립대 연합체제 안의 대학에 골고루 배분된다. 전국교수노동조합 강남훈 위원장은 “과거에는 연구비가 서울대학교에 집중돼 있었지만 하나의 대학으로 구성되면 내부에서 연구비가 배분돼 지역 국립대의 연구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의 연구력이 약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는 “서울대의 연구비를 나누는 개념이 아니라 연구비가 전체적으로 확충돼 전 대학의 연구수준이 상향평준화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립대 연합체제 내에서 ‘공동학위제’가 수여되면 학벌주의가 완화되고 학생들의 실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안주하는 대신 같은 학위를 받는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상식(동국대 교육) 교수는 “지방 국립대 간의 시설차이, 교수 연구 여건 차이를 극복하고 대학 간 학생과 교수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교육의 질은 담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대 연합체제 안의 대학에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지역 대학에서도 높은 수준의 교육과 저렴한 등록금이 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현상이 약화되고 국가균형발전의 효과도 기대된다. 엄기형(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 캠퍼스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전공 특성화가 이뤄진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에서 인재가 배출되고 그 인재가 다시 지역에 능력을 기여해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명문 사립대 위주의 새로운 서열이 재편될 것이 우려돼
 

연구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제안된 국립대 연합체제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국·공립대 연합체제가 △하향적 평준화 △사립대의 불참 △명문 사립대 중심의 서열 재구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즉, ‘대학 간의 경쟁 완화와 동시에 연구·교육적 경쟁도 줄어들어 서울대를 포함한 전 대학의 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체제를 실시하더라도 학생들이 지방 국립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낮아 학벌중심의 사회 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주요 반대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우수 연합대학체제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과 프랑스 대학체제에 대해서도 반박의 목소리가 높다. 양정호(성균관대 교육) 교수는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은 신입생을 모두 동일하게 뽑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별로 다르게 뽑고 있다”며 “이러한 선발 기준이 우리나라에 적용된다면 학생들이 각 지역 캠퍼스 진학을 희망하는 가능성은 낮을 것이며 이는 또 다른 서열화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립대 연합체제를 시도할 때 한국 대학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명문 사립대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시 말해, 인재의 지역 간 균형 분산은 국립대학만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참여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교(세종대 자율전공) 교수는 “이 체제를 강제로 실시하지 않는 한 사립대학이 국공립대 연합체제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연합체제를 시행해 대학을 묶기보다는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특성을 각각 살려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희·이혜주 기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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