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차섭(사학) 교수의 <역사 속의 소수자들>

  책의 첫 장을 펴면 노골적인 나체와 성행위를 묘사한 그림들로 독자들은 움찔한다. 그러나 이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읽을 수 있다. 이 그림들은 성적 소수자, 지적 소수자 등 역사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것으로 <역사 속의 소수자들>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 속에 첨부된 르네상스 시기의 그림들은 전부 제가 삽입한 겁니다”고 말하는 곽차섭(사학) 교수에게서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역사 속의 소수자들>은 김영한(서강대 사학)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그의 제자 12명이 집필한 책이다. 곽 교수도 12명의 제자 중 한 명이다. 곽 교수는 “보통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면 제자들이 이를 기념해 논문 모음집을 펴낸다”며 “그런데 이를 자기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책의 주제를 ‘소수자’로 선정한 것은 곽차섭 교수다. 곽 교수는 “평소 미시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중요성에 대해 동감하기 때문에 이를 지향하는 책을 집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미시사는 역사가 권력자를 중심으로 기록되는 것에 반발하고 역사에서 배제된 민중에 주목한다. 특히 곽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소수자 중 동성애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이 주제를 선택했다.
 
곽차섭 교수는 과거부터 16세기 르네상스까지, 각 시대마다 동성애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12세기에는 기독교에 의해 동성애가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당대 사회지도층이 이를 즐겨 동성애가 묵인됐다. 그러나 르네상스기를 맞으면서 피렌체 남성의 1/3 이상이 동성애 관계를 가지는 데 이르렀다. 이는 자신보다 약한 남성과의 성행위를 통해 더욱 강한 남성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동성애 역사에 대한 연구는 20세기에 이르러 게이들에 의해 이뤄졌다. 이 연구는 점차 19세기를 거쳐 18세기로, 그리고 고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 역사의 연구 중에서 17세기에 관해서는 전무하다. 그래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오늘날에는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첨예하다. 곽 교수는 “이번 저술이 17세기의 동성애 역사를 찾는 첫 출발점”이라며 “16세기 르네상스의 동성애 역사를 통해 17세기의 동성애 역사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성애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당시 그 사회의 한 단면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곽 교수의 연구는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곽차섭 교수는 “특수교육학과 등 사회적 소수자를 연구하는 이들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며 “힘든 작업이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