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항’이라는 단어의 뜻은 본래 ‘서로 버티어 대항함’이다. 하지만 신체 내부의 호르몬의 길항작용의 경우 서로 대항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립적 작용은 두 가지 호르몬이 존재해야 가능하며, 항상성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물질대사로 인식된다. 주목해야할 점은 서로 ‘반대’되는 두 작용의 대립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신체의 ‘건강’이다.
 
필자는 이번 ‘국·공립대학 청렴도 조사’를 취재하면서 우리대학 내의 길항작용의 부재를 실감했다. 즉, 부패에 대항해서 일어나는 반대 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이번 청렴도 조사에 응한 35개의 대학 중에 종합 순위 34위를 차지했다. ‘연구 및 행정분야 청렴도’ 부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학 내 부패로만 본다면 우리학교는 최하위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재를 위해 각종 부패방지단체에 전화를 걸었을 때,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청렴도 순위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한 학교의 학생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쏟아내듯 말하는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문화적 대처가 우리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청렴도 결과에 대해 학생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34위라는 순위에 눈이 커지더니, 다음에는 “우리학교가 그럴 줄 알았다”, “너무 자랑스럽다”는 식의 말로 비아냥거렸다. 한편 학교 측은 결과에 대해 부정만 했다. 본부 관계자는 당시 언론의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우리학교의 거래 규모는 다른 대학에 비해 큰 편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조사였다”는 문맥에 맞지 않는 변명을 앞세웠다. 필자는 끝내 ‘어떻게 청렴도를 높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길항작용이 존재하지 않는 대학은 병들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학교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35개 국·공립대학의 종합청렴도 평균은 10점 만점에 6.84점이었다. 각 학교의 직원·시간강사·조교 등을 대상으로 측정한 ‘연구 및 행정분야’의 점수는 겨우 6.51점이었다.
 
우리학교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학사회에는 각종 부패행위에 대한 길항작용이 없다. 일부 교수들이 단체를 만들어 공식적으로만 활동할 뿐이다. 학내 고위층 인물들의 의견만 도드라지는 학교는 의견 순환이 존재하지 않는 병든 몸으로, 결과적으로 그 고통은 학내구성원이 부담한다.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부패에 대항하고자 하는 실제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다. 청렴도 설문의 조작까지 유도하는 ‘악성호르몬’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평온해서 병들어가던 학내에서 앞으로 나타날 건강한 대립 현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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