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일명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이 사태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최근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재정위기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결국 그 한계를 드러냈고, 이에 대한 대안 찾기가 시대의 한 흐름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현재의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가장 훌륭한 경제체제가 아니라고 말하며, 현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선 사람들이 받는 임금의 차이를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적절한 임금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선진국의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그렇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보다 기술수준도 높으며 더 부지런하고 성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국가 간 임금 격차를 각국의 경제 시스템의 차이와 선진국의 이민 억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 배려책으로 실업수당과 공적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들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탈산업화 지식 사회에 열광하는 사회 역시 비판한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 이후 전 세계는 IT 분야를 필두로 한 정보화 산업에 주목했고, 결국 탈산업화 지식 경제 산업에 과잉 투자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하지만 지식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발전이 꼭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에 불리한 조세제도를 바꾸고 노동보조금을 지급하며, 생산성을 증대할 여지가 많은 핵심 제조업 부문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다음은 금융 산업이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금융은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로, 실물 경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의 금융 기업들은 오히려 경제를 뒤흔들어 불안하게 하고 있다. 금융 자본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저자는 금융 거래세를 도입하고 국제 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와 기업 인수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로써 금융이 본래의 모습인 실물 경제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자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대로 따랐던 지난 30년간, 세계 각국의 정부는 철저하게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하지만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현대의 작은 정부는 결국 그 병폐를 드러내고 말았다.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을 경직시키고 성장을 더디게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개입은 경제를 더욱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장하준 교수는 민간자본이 뛰어들지 않는 공공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와 기술훈련이나 연금제도 같은 복지프로그램, 그리고 유치산업 분야에 대한 보호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저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배려를 역설한다. 세계 경제 시스템은 철저히 선진국 위주로 흘러가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는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한 국가들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상황에 맞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선진국들이 양보해 가난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치게 시장에 많은 자유를 부여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 시장을 방임한 대가 역시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유럽이 야심차게 기획했던 유로존은 현재 붕괴 직전의 상황에 부닥쳐있고, 전 세계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경제위기에 봉착해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과연 무엇 때문에 현재의 위기가 찾아왔고,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안내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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