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가까워오면 정치인들의 자서전 출간이 급격히 늘어난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 후보 3명의 자서전이 모두 출판돼 있고, 많은 수의 유명 정치인들이 앞다퉈 자서전을 출간하고 있다. 지난 7월에 발간된 안철수 대선후보의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은 우리학교 앞 o 서점 한곳에서만 500권이 넘게 팔렸다.
 
출판계에 불고 있는 정치인들의 자서전쓰기 열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은 오랜 세월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가 됐고,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도전>은 나치의 헌법과도 같이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신화는 없다>, 문재인 대선후보의 <문재인의 운명> 등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 수도 없이 많다.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최근 정치인들은 자기의 정책적 소신을 밝히는 형태로 많은 자서전을 내고 있다”며 “대중들에게 어떤 정치를 펼칠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이 손수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대필 작가를 이용한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를 알게 되면 자서전의 진정성을 의심받을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한때는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필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대필 사실이 알려지면 진정성이 훼손될까 두려워 철저한 비밀작업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대필 사실을 숨겨가면서까지 자서전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대 강경희 (정치외교) 교수는 “자신을 표현하는데 글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며 “글을 통해 서민과 같은 면모를 드러내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동시에 정치인으로서의 품위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치인은 자신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는데 자서전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독자들은 자서전을 통해 정치인들의 숨겨진 모습을 알 수 있고, 나라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좋은 자서전은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치인이 쓴 자서전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미화하고 포장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또 판매수입과 같은 부수적인 수입을 위해 과장된 내용을 싣는 등 상업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책을 낸 후 갖는 출판기념식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최원규(사학) 교수는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서전에는 자신의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이며 더욱이 정치인들은 자기 타당성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학 전공의 한 교수는 “현직 정치인의 자서전은 자기 홍보와 미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많은 정치인들이 출판기념식을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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