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처럼 등장하는 대자보. 대자보가 짱가처럼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시발점이다. 윤리교육학과 성희롱 사건, 총장직선제 폐지 규탄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대자보였다.
 
대자보의 사전적 정의는 ‘우리나라 대학가에 내붙이거나 걸어 두는 큰 글씨로 쓴 글’이다. 대자보라는 개념은 최초로 중국 문화대혁명 때 등장하는데 당시에도 대자보는 대학 내에 가장 먼저 붙여졌다. 이처럼 대자보와 대학 간의 인연은 깊다. 인터넷 신문 ‘대자보’ 이창은 편집국장은 “우리나라 대자보의 연원은 벽보에서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친탁과 반탁에 대한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대자보 논쟁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유효한 소통 수단이라고 인정받기 시작한 때는 ‘4·18 고대 피습사건’에서 대자보가 사용된 이후”라고 전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대자보의 비판적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자보의 독자가 명확하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이호룡 씨는 “가상공간인 인터넷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볼 가능성은 낮다”며 “반면 대자보는 사건 해당자가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재하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자보가 과거부터 사회·정치적 각성에 쓰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을 경우 대자보를 자연스레 찾게 됐다.

대자보의 영향력은 학내에서도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몇몇 대학에서 비판적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게시하면 학교 본부가 이를 철거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최장훈(정치외교 4) 회장은 “클린캠퍼스 정책을 이유로 학교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거나 정치적 발언을 하는 대자보만을 선별적으로 떼어 낸다”고 비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성균관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이에 해당 대학 본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철거할 뿐 정치적 의사나 발언을 막을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과 김지연 주무관은 “현재 게시물은 학생회가 자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철거된 해당 게시물은 시설과가 게시물 관리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NGO학회 최승철 편집이사는 “이러한 제재는 역설적으로 여전히 대자보의 비판적 기능이 학내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한편 대자보는 본래 역할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비판적 기능보다 소통의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카페 헤세이티는 입간판 대자보를 통해 정치·사회적 의견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길 위의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회대 학생회의 대자보 역시 소통의 기능을 강조한 대표적인 예다. 사회대 이소라(사회 3) 부학생회장은 “학생회와 학생은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힘든데, 이를 대자보를 이용해 타파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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