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희(동의대 미술) 교수 인터뷰

노원희(동의대 미술) 교수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시작을 알린 작가 동인 ‘현실과 발언’으로 활동한 민중미술 작가다. 당시 노원희 작가를 비롯한 ‘현실과 발언’의 젊은 작가들은 이름 그대로 현실을 관찰하고, 그 고민들을 미술을 통해 발언했다. 특히 현실을 살아내는 민중들과 현실을 변화시키는 민중성에 대한 인식이 작품 활동의 중요한 동기였다.
 
그는 “‘현실과 발언’은 비판적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고민을 미술로 드러낸 첫 번째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4.19 혁명 20주년이 되던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을 열었다. 그러나 10.26사태와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거친 당시 사회분위기는 살벌했고, 그들의 첫걸음 역시 순탄치 않았다. 작가는 “전시회 도중 전기가 차단됐고, 관람객들은 촛불을 들고 작품을 감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민중과 사회에 대한 전시를 이어나가다 1990대를 맞으며 해체됐다.
 
80년대 그는 <거리에서(유화, 1980)>, <한길(유화, 1980)>을 시작으로 민중들의 일상적인 삶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여러 작품들을 발표했다. <거리에서>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야바위 노름과 이를 구경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노동자들의 뒷모습이 캔버스위의 검은 점들, 쓸쓸한 색채와 함께 묘사돼있다. 민중이라는 말에 담긴 삶의 상처와 고통들, 그 스산한 풍경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작품에 대해 “문화공부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현실과 발언 작가들을 위주로 한 블랙리스트가 있었고, <거리에서> 역시 노동자들이 모여서 뭔가를 모의하는 그림이라는 의심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길>은 길가의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거나 다투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와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기념촬영(유화, 1980)>, 사람들 위로 뿌려지는 수많은 정치선전 전단지를 그린 <삐라(유화, 1981)> 등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시간이 흐르며 사회도 변하고, 민중미술도 변했다. 아니, 한국 미술의 변혁을 꿈꿨던 민중미술과 작가들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와 미술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2012 부산 비엔날레에는 노원희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사회 모순과 관련된 작품들이 여럿 전시돼 있다. 작가는 “80년대 작품을 비롯한 여러 구작들, 황석영 작가의 소설 <바리데기>의 삽화 등을 출품했다”며 “내 작품 외에도 강정마을 사태를 담은 작품, 영도다리에 관한 작품, 칠레의 한 원주민에 대한 작품 등 사회적 문제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노원희 작가는 거리를 걸으며, 여행하며 만나는 민중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가까운 부산의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부터 저 멀리 강정마을까지, 작품을 위해서든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든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는 법은 없다. “용산 철거민 사태나 사라져 가는 전통 집에 관한 작품들도 많이 그렸는데, 수리와 보존이 아니라 상실되고 왜곡되는 것들이 안타깝다”는 노원희 작가.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삶과 미술에 대해 “사회공동체가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회복했으면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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