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재학생들에게 부산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지 못해서’라는 대답이 아마 다수일 것 같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할 것인가, 부산의 중소기업에 취업할 것인가’란 질문은 우문(愚問)에 불과할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재의 블랙홀 현상은 거의 반세기나 지속된 현상이다. 지방 명문 국립대를 자처해 온 효원인이 그 현상의 선두인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지 모른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라도 취직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보고픈 심정을 그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자연히 지역의 고교는 서울에 있는 소위 SKY대학 합격자 수를, 지방대는 대기업 취업률을 학교 교육의 최종 성적표인양 내거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에 가야 출세할 수 있다’는 봉건적 인식이 팽배하다. 적자생존의 시장경제논리를 앞세우면 지방자치, 지방분권, 인재의 역외 유출 등은 허무한 구호로 전락하고 만다. 이 글을 통해 지방시대 지역대학의 역할이나 지역 일꾼론 같은 거창한 주제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맘은 없다. 단지 우리시대와 사회를 보는 또 다른 시각과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최근 부산시의회 의원연구모임인 ‘늘푸른연구모임’에서 지역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51.2%에 해당하는 학생이 졸업 후 부산에 살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 전체 59.4%는 취업이나 결혼 등으로 부산을 떠나더라도 부모와 친지들이 있는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살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내 달라진 취업관을 느끼게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란 차원에서 많은 대학생들의 의식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대기업 취업이 힘든 이유가 먼저일 것이나 여건만 되면 고향에서 부모 친지들과 인간답게 살고 싶어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부산의 고용현실은 이 같은 바람을 수용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 1,000대 기업 가운데 72%가 수도권(강원 포함)에 집중된 반면 부산기업은 38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제조업의 매출액 전국비중도 1.8% 수준에 불과해 부가가치가 낮은 노동집약적, 단순 하청업체들이 부산지역 제조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부산은 한때 전국 30%이상의 산업생산량을 자랑했고, 대우, LG, 삼성 등 재벌기업들이 거의 부산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등 상공도시로서의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현재도 항만 물류 산업을 비롯해 조선,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지만 항구도시 특유의 진취성으로 관광, 영상, 디자인, IT, 금융 등 지식 서비스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60, 70년대 부산경제를 이끌었던 창업세대의 뒤를 잇는 2세 경영자들이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한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30?40대 벤처 기술 창업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생산현장 위주의 조직에서 기획 및 마케팅, R&D 분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수준에다 각종 사원복지제도를 앞세워 수도권 전문 인력까지 스카웃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은 인재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부산의 선도대학인 부산대학교 졸업한 효원인들이 대기업 취업에 주력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는 지역 중소기업에서 도전하고 열정을 불태우길 기대해본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일개 조직원으로 안주하는 삶보다 지역 중소기업에서 도전하고 성취하는 진취적인 효원인. 모든 것이 서울로 통할 때 지역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큰 바위 얼굴’ 같은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 서울과 대기업이라는 중앙집권적 논리에 좌절하기보다 당당히 맞서는, 수동적인 삶보다 주도적인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줄 아는, 웅비하는 독수리의 기상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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