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성과 사랑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이는 흔히 ‘주책’이나 ‘노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여은혜(사회복지 1) 씨는 “나이 든 사람일수록 성과 사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무뎌지고 언급하는 것도 꺼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과는 달리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성적 욕구를 지닌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노인의 모습이 등장하는 예술 작품은 많다. 영화 <죽어도 좋아>, <그대를 사랑합니다>, 소설 <하늘은 왜 파란가> 등에서 노인의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민아(예술문화영상) 교수는 “사랑과 성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에서도 보편적 주제가 될 수 있다”며 “<죽어도 좋아>와 같은 영화는 노인의 성과 사랑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러한 예술 작품 속 노인의 모습을 실제 모습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인이 되면 나타나는 신체적 노화를 정신적 노화로 생각하고 동일시하는 것이 편견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문영(가톨릭상지대 간호) 교수는 “신체적으로 노화해 표출되는 성적 활동은 줄어들지 모르나 성욕이나 사랑에 대한 감정은 나이가 들어도 동일하다”며 “신체적 활동 능력으로 노인들의 감정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편견은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노인을 ‘현인’의 이미지로 적용시켜온 우리나라의 보편적 분위기상 노인의 성과 사랑이 표현됐을 때 거부감이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년기의 성문제를 다루는 센터를 운영하는 각 지자체의 복지관이 증가하고 있다. 센터는 노인 성문제에 대한 상담과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 간의 정기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 양지노인복지관 노인성상담센터 김정희 상담사는 “노년기의 성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재고하고자 센터가 만들어졌다”며 “성상담센터를 찾아 성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만남의 기회를 갖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노인의 성과 사랑이 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성북노인사회복지관 부설 행복한 노후 상담센터 나임순 전 소장은 “노인의 성문제는 현재 시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우리 자신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희 상담사는 “성은 노인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가치관임을 인정하고 개인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