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나이 값 하라’고 혼나면서 진지해질 것을 요구 당한다. 문득 각박한 세상에 지친 어른은 걱정 없는 어린 시절에 향수를 느낀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꼭 어른 같은 어른이 돼야 하는 것일까?
  나이와 순서의 중요성은 유교문화로부터 시작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유교문화를 숭상했고 어른 공경을 중요시 여겼다. 웃어른과 아랫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나이였고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른에게는 ‘나잇값하라’라는 충고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제는 어른스러움을 강요하기보다 인정해주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일본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등장한 키덜트족은 아이(kid)와 어른(adult)을 결합한 합성어로, 어른임에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아이 같은 감성과 분위기를 지닌 어른을 뜻한다.
  키덜트족이 증가하면서 그를 겨냥한 마케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아이파크 용산점에서는 키덜트족을 겨냥해 만든 ‘토이&하비 테마관’을 론칭했다. 아이파크백화점사업부 송탁근 주임은 “소비자층이 어린이에서 전 연령으로 늘어났다”며 “키덜트족의 성장기반이 점점 넓어질 것으로 예상돼 키덜트 관련 상품계열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밝혔다. 우리학교 앞 찰리브라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나경 씨는 “찰리브라운의 대표 캐릭터인 스누피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며 “공부도 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보며 기분전환하기 위해 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어른이 된 지금 복잡하고 여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어릴 적 받았던 보호와 정서를 느끼고 싶어하는 심리가 키덜트족에 녹아있다. 굳이 물리적 공간을 이동하지 않더라도 어릴 적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인형 등이 어린이 시절로 전환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키덜트족이 생겨나게 된 이유로는 개인의 취향과 취미생활을 존중해주는 분위기 형성을 꼽을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현재에는 돈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게 되었고 취미생활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천혜지(동명대 컴퓨터공 1) 씨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개인적 취향을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안열풍이 키덜트족이 성행하는데 한몫했다. 영원히 젊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다. 어린이의 상징인 장난감이나 캐릭터를 소유함으로써 소유자가 어려보이도록 해준다. 홍금희(신라대 패션산업) 교수는 “어려보이는 패션을 통해 걸리쉬함을 얻을 수 있다”며 “어른스러운 옷을 입는 것보다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는게 더 어려보인다”고 설명했다.
  키덜트족은 더 이상 책임감과 사회성이 부족한 어른을 볼 것이 아니라 아이의 순수성을 간직한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금희 교수는 “철없는 어른이라 칭하며 퇴행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 세대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생겨난 자유로운 표현의 한 행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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