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더 이상 문화예술을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18일 부산시립예술단 노동조합이 부산문화회관을 상대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조정위원회를 열었으나 노사 .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파업의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3월에 결성된 부산시립예술단은 '예술인의 노동조건 개선'을 기치로 내걸었다. 부산시립예술단의 현재 임금수준은 5대 광역시 중에서 꼴찌다. 임금은 호봉제로 책정되는데 다른 예술단과 비교하면 최대 1,0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상시적으로 치러지는 오디션으로 예술인의 자유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부산시립예술단 지부 노동조합 남양욱 사무국장은 “단 한 번의 오디션으로 예술단에서 퇴출당한 전례가 있다”며 “오디션을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의도는 예술단원들의 자율성을 빼앗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외국 예술단원체의 경우 오디션의 평가는 3~5년에 걸쳐 이뤄지며 정규단원이 된 경우에는 퇴임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시립예술단이 아닌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의 경우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술인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 장시간근로, 임금문제가 모두 부당한 이익배분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차 창작자는 예술인이지만 유통업자인 대기업을 거쳐 가면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나도원 공동준비위원장은 “음원수입비율에서도 대기업이 대부분을 가져가고 저작권 양도계약을 맺은 무명의 예술가들은 창작물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홍태화 조직국장은 “예술인들의 4대보험가입을 허용하면 원래 투자비의 10% 정도를 더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 투자자들은 법을 위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오랜 시간 지속됐음에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예술인을 노동자로 봐야하나’라는 논쟁 때문이다. 이에 관한 효원인들의 찬반 논쟁도 팽팽하다. 박병철(환경공 4) 씨는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하는 사람들”이라며 “예술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을 하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민(산업공 3) 씨는 “예술인도 예술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즉“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니까 노동자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쟁은 최근 ‘예술인 복지법’ 제정에서도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이 논쟁이 끝나지 않아서일까. 우리나라의 예술인노동조합의 역사 역시 매우 짧다. 외국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드러난다. 이미 유럽에서는 13세기에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던 길거리연주자, 광대들이 조합을 만들어 예술인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권리를 얻어낸 예술인노동조합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결성됐는데 그 역사는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예술인소셜유니온 나도원 공동준비위원장은 “유럽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예술인들의 생계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예술인들을 위한 제도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이 100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미미하기만 했다. 그러다 최근 예술인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고자 여러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후 예술인 사이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원 공동준비위원장은 “음악, 방송 등 각 분야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었지만 이는 예술인들의 힘을 결합할 수 없다”며 “이에 분야를 막론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노동조합을 결성한 계기를 밝혔다.
  또한 ‘예술인 복지법’을 앞둔 지금, 예술인들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는 경각심에서다. 생활기획공간 통의 송교성 공동대표는 “예술인복지법이 생겨났지만 개인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의 특수성을 고려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예술인노동조합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예술인들이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임금개선과 처우개선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예술인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홍태화 조직국장은 “일용직 노동자로 계약하는 예술인들의 복지 개선뿐만 아니라 전 산업 군에 속한 노동자들의 복지수준 향상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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