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외침이 트위터 속 대나무 숲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는 트위터의 ‘~옆 대나무 숲’의 계정이 공유돼 익명으로 집단 내부의 비리 고발이나 한탄을 할 수 있다. 현재 대나무 숲 계정은 80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형성된 ‘대나무 숲’이라는 온라인 광장이 새로운 사회 운동의 특징을 대변할 수 있을지 귀추를 모으고 있다.
 
SNS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에 자신의 발언이 관계를 맺고 있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익명성 선호는 우리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마이피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익명으로 된 게시판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활발한 반면에 실명 인증이 필요한 게시판의 경우에는 정치적 논쟁이 상대적으로 적다. 익명 속에서 집단에 포함될 때 대중은 분열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하게 된다. 서울대 장덕진(사회) 교수는 “대나무 숲과 같은 현상은 하나의 집단을 통해 개인들이 연대해 나가기 때문에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하면 분열돼있는 정체성을 가진 개인일 때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보다는 간편하고 손쉽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SNS가 발달하면서 더욱 증폭된다.
 
대나무 숲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발견한다. 출판사, 대학 등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불만을 출판사 옆 대나무 숲, 대학 옆 대나무 숲에서 표출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작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서 민주주의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대나무 숲 현상이 광우병 촛불 시위 때 드러난 새로운 사회 운동의 주체인 대중의 면모를 보여준다.
 
광우병 시위나 플래시 몹 등이 그랬듯이 네티즌들의 모습은 과거의 사회운동과 다르다. 과거 사회운동의 주도적 경향은 뚜렷한 목표와 지향점이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조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특성을 규정하기가 힘들다. 한꺼번에 모였다가 한꺼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을 이끄는 것은 감성이다. 한선 교수는 “과거의 목표와 지향점에 이끌려 연대에 참여하는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이 받고 있는 고통이나 부당함에 공감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경향이 더 많다”며 “대나무 숲 역시 공감과 부당함 토로가 주된 것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나무 숲에서의 논의가 단순한 불만토로가 아니라 민주주의로 이어지려면 현실 에서의 변혁이 필요하다. 고병권 작가는 “인터넷 상에서 이뤄진다고 해서 간접행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상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그 자체로도 사회고발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데에 의의가 있지만 사회 진보나 건강한 현상은 아니라고 분석하는 쪽도 있었다. 임영호(신문방송) 교수는 “휠씬 더 진지하고 건설적인 토론이 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저강도 사회참여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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