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대학들이 졸업이수학점(이하 졸업학점)을 축소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 17일 인제대학교(이하 인제대)에서 졸업학점을 140학점에서 126~130학점으로 축소를 발표했다. 그러나 인제대의 구성원들이 삭발과 시위를 감행하는 등 학교 본부와 갈등을 겪고 있어 졸업학점 축소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지난 2004년 졸업학점을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조정했다. 2005년에는 성균관대학교가 130학점이던 문과계열 졸업학점을 120학점으로 낮췄고 중앙대학교 역시 140학점에서 132학점으로 낮췄다. 우리학교도 지난 7월 24일, 교육과정개편 공청회를 통해 졸업학점 축소를 논의한 바 있다. 현재 우리학교는 학과별로 졸업학점을 최소 132학점에서 최대 141학점까지 두고 있다. 지난 7월 공청회의 논의 방향대로 교육과정이 개편된다면 인문·사회계열 기준으로 현재 132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축소된다.
  대학들은 졸업학점을 축소하는 이유로 △교육과정의 연계 및 융합 활성화 △학부교육의 질 향상 등을 꼽고 있다. 우리학교 교육과정개편위원회 김종기(불어교육) 위원은 “다양한 융·복합형 인재상을 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졸업학점을 축소한다면 학생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다양한 진로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제대 학사관리과 백용운 차장은 “대학교육은 학점의 양이 아닌 질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교수들의 강의시수가 경감되면 더불어 연구력과 강의의 질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대학들의 이러한 졸업학점 축소의 움직임에 △전공교육의 부실 △학부교육 전문성 약화에 따른 대학원교육의 부실 △일부 인기강좌 집중의 현상화 △비용절감의 의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도미솔(미생물 4) 씨는 “졸업학점을 줄인다면 전공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이상룡(철학) 회장은 “전공교육이 부실하게 된다면 대학원 교육도 부실해질 것”이라며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과정이 아닌 아닌 내실 있는 교육을 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졸업학점 축소가 교육의 융·복합이 아닌 오히려 교육의 통·폐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졸업학점축소로 강의 수가 줄어들면 곧 강의의 인기 여부로 폐강이 판가름 날 것”이라며 “이는 다양한 융·복합 인재를 위해 졸업학점을 축소한다는 대학의 목적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졸업학점이 축소되면 강의 수가 줄고 자연스럽게 외부 강사 채용도 줄어든다. 이에 대학들이 비용절감의 의도를 가지고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남식 씨는 “대학들이 강의시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졸업학점을 축소하면 그에 따라 등록금도 줄어드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인제대 교수평의회 고영남(법학) 의장은 “3년제 전문대의 졸업이수학점이 120학점 정도”라며 “졸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순간적인 이익에 학생들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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