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성폭력’, ‘성희롱’이라는 단어 앞의 ‘성’이라는 말만 들어도 놀라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 ‘도가니’와 같은 사회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유행어처럼 시들해질 수도 있지만 ‘성’이라는 것이 더 이상 피하고 접어두기 어려운 주제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성범죄자 처벌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사회문화나 친밀한 관계 속에서 개인들의 올바른 성인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효원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수준을 살펴보고자 지난 5월 대동제 기간에 열렸던 ‘성평등문화제’에서 성적자기결정권 검사를 실시했다. 성적자기결정권이란 성적인 측면에 있어서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상대, 시기, 방식들을 선택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언제, 어디서, 누가 나의 몸을 만질 것인가’ 또는 ‘성적인 행위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리이며 성평등문화제 참석자 중 162명이 검사와 해석을 받았다.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162명 중 122명(75.3%)이 ‘위험’ 수준, 즉 ‘자신의 성적권리를 주장하는 부분에 취약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낙태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위험지대에 있다’고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관행이나 타인의 압력에 구속 받지 않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적인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검사자의 성비는 여학생이 51.9%, 남학생이 48.1%로 비슷했고 전체 점수의 평균은 남학생이 1.54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에 대해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여겼던 과거 유교문화의 가치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검사자 수는 1학년이 가장 많았으나 성적자기결정권 평균점수는 1학년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응답자가 ‘위험수준’에 있어 신입생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깨달음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75.3%(122명)가 성적자기결정권 검사에서 위험수준에 머물러 있어 문항별 평균반응점수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평균반응점수(5점척도)가 가장 높았던 두 문항은 ‘나는 내 감정과 느낌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감정도 충분히 고려한다’(4.28점)와 ‘이성과 성관계 없는 여행을 할 수 있다’(4.25점)였다. 이 문항에 응답한 학생의 88% 이상이 4점 이상으로 응답해 ‘자신과 상대의 감정과 느낌을 존중하고 신뢰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평균반응점수가 가장 낮았던 두 문항은 ‘나는 사람을 사귈 때 이 사람은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3.22점)와 ‘성적으로 끌리는 대상이 있으면 상대의 동의를 구하면서 성관계를 제안할 수 있다(2.88점)’였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제하는 이성을 자기의 소유물이라 여길 수 있고, 성적으로 끌리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거나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항분석 결과는 자신과 상대를 존중하려는 마음은 있으나 서로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고 확인하는 것, 즉 의사소통 수준은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 <성적자기결정권검사>는 20개의 각 문항을 1-5점으로 답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성적자기결정권이 안전지대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성평등상담센터 홈페이지(http://equality.pusan.ac.kr/ 자가진단 메뉴에서 검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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