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화장실 청소 다했어요” 노란 머리에 하얀 얼굴을 지닌 한 여학생이 큰소리로 말한다. 종례시간이 되면 여느 다른 학교처럼 학생들로 북적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피부색이 노랗거나 희거나 혹은 검은 차이밖에 없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 듣는 학교. 이는 바로 아시아공동체학교다. 현재 약 14개국에서 온 65명의 학생들이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2006년, 아시아공동체학교는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갖자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학교는 후원금으로만 운영됐다. 그러다 지난해 3월에 위탁형 대안학교로 인가를 받아 교육청의 지원도 받고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란 교육 관계 당국이 학력을 인정해주는 학교를 뜻한다. 박효석 교장은 “대안학교라 불리고 있지만 실험학교 혹은 국제학교에 더 부합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 대안학교의 설립 목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안학교는 자체 제작한 교과서를 사용하는 반면 아시아공동체 학교는 일반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채택했다.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어울려 배울 수 있는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박효석 교장. 그는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배운다면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다양한 언어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곳이 바로 좋은 학교”라고 덧붙였다.
  목적 달성을 위한 그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은 ‘사회부적응 자들이 모인 학교’로, 학생들은 ‘거쳐 가는 학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일반학교로 진학했고 자퇴 없이 모두 졸업했다. 박효석 교장은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급속하게 전환되는 시점에서 완충제 역할을 잘 수행한 것 같다”며 “그러나 본래의 목적은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며 좋은 학교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임을 다짐했다.
  박 교장의 좋은 학교 건립은 국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태국 야소톤에 설립된 아시아커뮤니티센터는 좋은 학교 건립의 첫 발걸음이다. ‘커뮤니티’란 단어에서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교류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박 교장은 “한국문화원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면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일방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커뮤니티센터(이하 센터)는 지난해 8월에 개소했다.
  ‘커뮤니티’라는 이름처럼 한국과 태국의 문화교류를 통해 노력한다. 지난달 9일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야소톤의 센터에 직접 방문해 태국 학생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아시아커뮤니티센터에서는 한국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한성일 교사는 “우리나라와 태국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것은 쌍방향적인 교류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의 목적에 공감한 야소톤 시장은 센터에 공간을 제공하는 등 재정적으로 도움주고 있다. 야소톤 시청 교육부의 아논 유콩은 “센터 활동과 문화 교류를 통해 커다란 목표를 이룰 수는 없겠지만 관심을 가진 주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서로의 문화를 알리는 것 자체가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센터 설립 당시 주민들의 관심은 미약했지만 최근 K-pop열풍에 힘입어 점차 늘고 있다. 수강생은 총 65명이다. 한성일 교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점차 늘고 있는 편”이라며 “그러나 한국에서 이와 같은 관심을 동경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로 교류하고 동감하는 것, 즉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 자세가 다문화 사회를 극복할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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