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22명. 소규모 출판사(1~4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다(2010년 콘텐츠 진흥원의 통계자료). 이는 대규모 출판사(100인 이상)에 일하고 있는 이들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통계자료는 소규모 출판사가 출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소규모 출판사의 증가 추이에서도 1인 출판사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1인 출판사는 책의 선정, 제작, 유통, 마케팅 작업까지, 책 출판 과정 전체를 한 사람이 진행하는 곳을 뜻한다.
  1인 출판사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증가해왔다. 1인 출판사가 늘어난 데에는 출판 과정의 하나인 배본이나 편집이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간편해졌다는 점에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김종현 차장은 “출판 환경이 현대화되면서 소규모의 인원으로도 제작가능하다”며 “제작비용의 부담이 적은 전자 출판이 늘고 있는 것도 1인 출판사의 증가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1인 출판사는 기존의 대형 출판사가 가진 기업 논리에 대항한다. 대형 출판사는 직원과 사무실 관리비 등 고정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책 판매를 통해 이윤을 남겨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기있는 기성작가나 유명인사의 책을 많이 발간한다. 호밀밭 장현정 대표는 “고정 비용 부담이 적은 1인 출판사는 자본의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그래서 편집자가 원하는 책을 발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봄이출판 김상원 대표는 “자본의 논리에 속박당하지 않기 위해 비영리 무료 배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1인 출판사의 증가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 증가로 이어진다. 1인 출판사의 책 선정 기준은 ‘이 책이 잘 팔리느냐’가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신인, 지역 작가의 작품도 출판사의 성격과 유사하다면 출판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풍부한 문화적 토양을 형성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작가이자 1인 출판사 대표인 키스더북스 김유리 대표는 “지역 작가가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 어렵다”며 “지역의 작가들이 실력과 열정만 있다면 책을 발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형 출판사로 인해 형성된 잘못된 출판문화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홍보비를 사용하거나 ‘사재기’를 강행하는 것은 출판계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또한 신인 작가들에게 인세를 늦게 지불하거나 혹은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것도 횡행해왔다. 김유리 대표는 “작품을 출판하려 했더니 인세를 주지 않았다. 이러한 대형출판사의 만행으로 1인 출판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1인 출판사의 태생적 특성상 오직 책의 질로만 승부해야 다는 점에서 출판 문화 개선에 앞장설 수 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1인 출판사의 장점이자 맹점이다. 장현정 대표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독자에게 의존하기보다는 기관이나 재단 등의 기금 사업을 적극 활용하면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간행물윤리위원회, 콘텐츠진흥원에서 1인 출판사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강구해나갈 1인 출판사 연대 형성도 중요하다. 오월의 봄 박재영 대표는 “1인 출판사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연대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며 “하지만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여러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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