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믿고 의지했던 친구가 배신한다면? 하루 아침에 우리 집이 쫄딱 망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도망치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몇은 이를 극복하고 더 좋은 기회로 삼는다. 이 들이 가진 공통점은 ‘회복탄력성’이라는 긍정적 인지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이처럼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긍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인지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인생의 쓴맛’을 보고도 그 바닥을 딛고 올라오는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카우아이 섬 실험에서 예상치 않게 발견됐다. 1950년대 카우아이 섬 주민들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그 중 대부분이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다. 또한 비행청소년과 미혼모 문제도 심각했다. 심리학자 에이워너는 이 지옥 같은 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성장하는 동안 주변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연구했다. 그 결과 대다수가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처음 예상과 달리, 3분의 1의 아이들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성장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에이워너 교수는 인터뷰와 주변 환경 조사를 통해 아이들 주변에 무조건적 사랑을 베풀어주고 이해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뢰가 깊은 인간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힘든 환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에이워너 교수는 인간관계 속에서 싹튼 이 힘을 ‘회복탄력성’으로 이름 붙였다. 긍정심리학 수업을 진행하는 박민아(종합인력개발원) 강사는 “심리학에서 회복탄력성은 긍정적인 성격 특질 중 하나로 과학적으로 그 개념이 입증됐으며 지금도 계속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시련에 반응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뇌파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한 연구진은 20대 젊은층 46명을 회복탄력성이 높게 측정된 그룹과 낮게 측정된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회복탄력성이 높은 그룹은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해 ‘실수관련부적전위’ 뇌파가 더 큰 진폭을 일으켰다. 즉 회복탄력성이 높은 그룹은 실수를 빨리 알아차리며 그것을 받아들일 때에도 열린 자세를 지니는 것이다. 홍창희(심리) 교수는 “실수를 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같더라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그에 견디는 힘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캐니만은 인간이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를 함께 지닌다고 말했다. 경험자아는 우리가 실제로 겪는 일을 느끼는 자아고 기억자아는 겪은 일들을 회상하면서 평가하는 자아다. 기억자아는 우리가 앞으로 판단할 일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자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회상하는지에 따라서 우리의 판단과 선택이 바뀌고 미래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 기억자아가 ‘난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회상한다면 삶의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 기억자아가 긍정적인 회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다. 회복탄력성은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역경과 시련에 좌절할 것인지, 극복하고 발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능력인 것이다. 홍창희(심리) 교수는 “회복탄력성은 예방주사 같은 개념”이라며 “작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면 자신감이 붙어 더 큰 역경에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은 성격특질 중 하나로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가짐과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감사하기’훈련은 긍정적인 정서의 향상을 불러와 회복탄력성의 결정적인 요소인 자기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을 원활하게 진행시키도록 해준다. 또한 운동은 뇌 건강에 도움을 주며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감정통제력을 높여준다. 박민아 강사는 “누구나 항상 행복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좌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 역경을 뛰어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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