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베르테르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두고 비평가들은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 이야기’라고 평한다. 이 책은 처음 발표될 당시에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릴 정도의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재창조돼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그에 따른 고뇌로 자살을 택하는 베르테르의 일대기를 담은 이 이야기는 독일 문학사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이전의 형태와 질서를 중시했던 고전주의 문학에서 ‘질풍노도 문학’으로 진화한 첫 번째 작품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기 때문이다. 이진광(독어독문) 강사는 “괴테는 이성이 지배하는 억압적이고 답답한 당시 사회풍조에서 벗어나 개인의 내면을 솔직하게 분출할 수 있게 한 대단한 작가”라고 평가한다.
 
한 시대 문학의 변화를 이끈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랑관을 다시 생각게 하는 소설이다. 또 베르테르는 ‘쿨한 사랑’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는 보기 힘든 ‘마지막 로맨티스트’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베르테르의 사랑방식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일까.
 
베르테르는 예민하고 섬세하며 감성에 충실한 젊은이로 상대에게 약혼한 사람이 있다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로테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시간을 일에 분배하고 돈을 필요한 곳에 쓴 후 남은 여가와 재산으로 사랑하라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될지언정 평생 진정한 사랑을 할 수는 없다’고 일갈한다. 100일이 넘는 연애가 ‘축하할 일’이 되고 연애의 조건으로 자신의 상황들을 요목조목 따지는 요즘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이야기다. 이왕주(윤리교육) 교수는 “사랑이란 현재의 존재를 역사에 바치는 것”이라며 “갈수록 빨라지는 세상은 인간의 심성 안의 느린 속도감을 파시스트적인 속도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테를 향한 애정이 이토록 깊고 열렬함에도 베르테르는 끝없이 고뇌한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가진 당시 시대와 자신의 사랑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그는 “이 세상에서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알베르트의 품에서 앗아오는 것이 죄악이고 나는 달게 벌을 받을 것”이라며 마음속으로 로테를 자신의 여인으로 맞이하고 죽게 된다. 사회적 코드에 자신의 열망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신념과 사랑을 지키며 죽어간 것이다. 이왕주 교수는 “사랑은 이성의 논리인 로고스가 아닌, 순수한 욕망으로 이뤄진 파푸스”라며 “순수한 감정으로서의 사랑은 사회적 잣대로 평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물론 베르테르의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감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양창아(철학) 강사는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것”이라며 “베르테르는 로테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은 채 맹목적인 환상만을 키워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르테르의 죽음은 자신의 강렬한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켜냈다는 데에서 의미를 가진다. “더 좋아하는 것이 손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지금,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베르테르를 통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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