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휴대전화 때문에 울고 웃는 것을 넘어, 모든 감정을 기계에 지배받는 날이 올까?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을 쓴 필릭 딕은 이런 상상을 통해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로봇을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주체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전의 SF 소설과 차이점을 가진다. 소설 속 인간은 전쟁과 방사능 낙진으로 황폐한 지구와 인간이 개척한 화성에 흩어져 산다. 또한 항상 좋은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 조절 기계’로 감정을 조작하며 산다. 그러나 인간의 지배 아래에 있던 안드로이드들은 화성을 탈출해 지구로 들어오게 되고, 안드로이드를 잡기 위해 인간 사냥꾼들이 활보하게 된다. 인간의 지배를 벗어난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의 생김새와 감정을 지니고 있어 진짜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기계에 의해 감정을 조작하는 인간, 그리고 인간과 같은 감정을 지닌 로봇 중 과연 누가 더 인간적인지, 인간다움에 대해 고찰한다.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근대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감정적 측면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을상(철학) 강사는 “신경과학 발달로 인간의 이성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이성적인 능력은 가졌지만, 감정적인 능력이 결핍했다는 점에서 인간과 구분된다. 그러나 소설 속 로봇처럼 인간의 고유 특색인 감정 능력까지 가지게 된다면 로봇과 인간의 차이는 사라지고 외형 뿐 아니라 내형의 구분도 어려워진다.
 
로봇이 소설처럼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현실에서는 여전히 실현불가능한 상상이다. CIR 지능로봇사업단 김창구 사무국장은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미약한 수준일 것”이라며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표현이나 행동을 프로그래밍 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생연 인간과로봇과학관 송지원 실장 역시 “현재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감성로봇은 개발됐지만 자체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속에서처럼 인간과 같은 로봇이 등장한다면 산업 혁명 때의 기계들이 그랬듯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가능성도 높다. 이을상 강사는 “산업 혁명과 기계 문명으로 인간들이 소외됐던 것처럼 로봇의 발달로 인해 또다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기계가 생긴다면 자체적인 보완이 필수적이다.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사고의 자유를 가진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감정을 가진 로봇은 확률적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 메카니즘이 적용되지만 이러한 카오스 이론 자체가 비예측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로봇의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규제 역시 엄격해져야 한다. 성경수(전자공) 강사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로봇이 개발이 된다면 소설과 같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자기반성 체계를 개발해 행동 수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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