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대안문화공간 '초록'

생태와 대안문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간 초록’, 공간을 찾는 누구에게나 가슴을 열어주는 그 곳은 자연을 닮았다.
 
부산교육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공간 초록은 구름 속에 숨은 산처럼 골목길 사이에 숨어있다. 하지만 발을 들이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다. 공간 초록은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지율 스님의 손에서 탄생한다. 스님은 천성산의 도롱뇽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태주의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랐다. 이 바람은 공간 초록의 성격과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공간 초록을 관리하고 있는 김경민 씨는 “초록색은 생명의 이미지와 연결된다”며 “지율스님은 공간 초록에서 생태문화에 대한 논의가 생명력을 가지고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며 공간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간 초록은 운영자 없이 7년간 운영됐다. 공간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을 켜고, 뒷정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모여 공간 초록이 순환한다. 초록에서 무엇을 하는가는 본인의 자유다. 소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진다. 이러한 만남은 생태주의를 강화시키고 전파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든다.
 
공간 초록의 특성상 이 곳에서는 생태와 관련된 행사가 많이 이뤄진다. 4대강 사업, 고리원자력발전소 등에 관한 강연회, 영화제, 산책이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 부산녹색연합과 같은 생태 문제를 고민하는 단체들과 연대해 강좌나 영화제를 기획하기도 한다. 부산녹색연합 김현욱 활동가는 “공간 초록에는 공간의 생태적 취지에 공감하고 생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며 “많은 이들에게 공간을 알리고 공간이 가진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 공간 초록에서 모임을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관심은 이슈화된 생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꾸준한 생태 활동을 통해 진정한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공간의 궁극적 목적이다. 초록 영화제, 녹색직업 체험 캠프, 부산초록온배움터 등의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초록영화제는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 초록 영화제를 기획한 박경배 씨는 “환경 문제에 대해 활동가들과 대중들이 접점을 못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관의 공간적 특성상 감독과 관객 사이에 권위적인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 공간은 그렇지 않아 공동체 상영을 하기에 적합했다”며 계기를 밝혔다. 공간 초록에서 모두가 방석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고 감독과 대화한다.
 
또한 생태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는 강의도 열리고 있다. 2003년에 함양에 만들어진 온배움터는 대안대학을 표방하며 생태 관련 건축, 산야초 등의 강연을 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공간 초록도 온배움터와 연계해 부산초록온배움터를 운영 중이다. 부산초록온배움터준비위원회 정중효 씨는 “생태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초록을 통해 많은 이들이 생태적 가치를 공감하게 하기 위해 매해 강좌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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