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없는 영어강의 교수·학생 위한 지원 요구돼

   대학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고 있는 국제화 지수. 우리학교에서는 국제화 지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표 중 영어강의 비율 향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영어강의 폐강기준을 5명 이하로 대폭 낮추고, 수강생에게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또 영어강의를 하는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강의개설을 장려하고 있다. 이에 영어강의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영어강의 규정 미비 △영어강의 전담부서의 부재 등 제도적 마련과 지원이 부족해 보완이 요구된다.


관련규정 없는 가운데 영어강의 늘어나

  지난해 영어강의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2007년 전체강의 중 영어강의 비율은 0.59%에서 2008년 2.7%, 2009년 1학기 3.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어수업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학교 ‘교육과정과정편성 및 운영규정’에는 수업 중 영어 사용비중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영어강의 명목 하에도 강의진행형식은 제각각이다. 김민혜(금융공학 3) 씨는 “수업이 전부 영어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인문대학 ㄱ씨는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는 부분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고, 강의종료 10분 전에 한국어로 정리해 주셨다”고 말했다.


  또 교수의 희망에 따라 실력 검증 없이 개설되는 영어강의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도 있다. 김균희(일어일문 4) 씨는 “교수님의 어설픈 영어실력에 눈치로 알아듣다가 결국 친구들과 함께 수강정정을 했다”고 말했다. 편기원(전자전기공 박사 3) 씨도 “안 좋은 발음과 매끄럽지 않은 수업 등 영어실력이 의문스러운 교수님도 있었다”며 교수의 영어실력 검증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학사과 강병관 씨는 “강의는 교수의 고유권한이라 검증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황대연(생명응용과학부) 교수는 “영어강의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법 등을 고려하다보면 일반 강의보다 2배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신(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한국어보다 영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영어강의는 사전 예습을 하는 등 학생들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부의 의무화 규제 없이도 꾸준히 증가한 영어강의 수는 영어강의 인센티브제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영어강의를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영어강의 인센티브제는 1학점 1백만 원부터 3학점 3백만 원까지 학점으로 차등 지급하고 있다.
  영어강의는 학기말 진행되는 학생들의 강의평가에 ‘영어수업 이행정도’를 묻는 항목이 추가된다. 항목점수를 ‘C이하’로 평가한 학생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다음 학기 동일과목 개설에 대한 규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과 교수 모두 지원 요구돼

  영어강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수와 학생 모두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학교는 국제화와 관련한 평가지수를 높이기 위해 ‘2008 대학경쟁력 강화프로그램’을 도입해 2011년까지 영어강의를 15%까지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국제화 전담팀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의 경우 국제화를 전담하는 국제처가 국제화 지수향상을 위한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홍진욱(기계 4) 씨는 “전공수업은 한국어로 들어도 어려운 과목이 많다”며 “영어강의를 들을 때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카이스트는 대학원생과 신입생 간 영어와 전공공부를 도와주는 튜터링 프로그램을 시행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교수의 영어강의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는 매학기 마다 영어강의지원 세미나를 열고 있다. 교수학습지원센터 윤소정 연구교수는 “영어표현과 영어강의 교수법 세미나에 관한 요구가 높다”며 “유명 강사진의 경우에는 참석자가 100명을 넘어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수학습지원센터는 개별 컨설팅도 가능하지만, “개별 컨설팅을 요청한 교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황대연 교수는 “세미나는 수업이 있는 낮 시간에 열러 참여하기가 어렵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다른 캠퍼스 교수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어강의가 어려운 교수들을 위해 건국대, 동국대, 경상대 등은 효율적인 영어강의 교수법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있고 카이스트는 교수에게 1:1 영어강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박정준(스포츠과학부) 교수는 “강의를 녹화해 직접 확인하면서 강의의 개선점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신 교수는 “영어강의 수를 늘려 영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화를 위해서는 교과 커리큘럼을 탄탄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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