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하면 1970~80년대를 떠올리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2012년 현재에도 부산에만 10개 정도의 야학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아니라 40~50대의 어머니들, 혹은 학교를 못 다닌 것이 아닌 폭력적인 학교시스템에서 튕겨져 나온 1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 ‘야학’하면 떠오르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나 열정, 헌신 같은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심지어 ‘열악함’까지도 말이다. 사실 2012년의 상황에서 야학은 화석 같은 존재다. 10대를 대상으로 한다면 도시형 대안학교로 전환을 하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지역운동의 거점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동래에 있는 무궁화야학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에 주 3회 한글 수업을 하고, 저녁에는 주 1회 중학교 과정 검정고시반에서 사회 수업을 한다.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한글교실에서는 작년부터 올 9월까지 매일 신문 기사를 하나씩 골라 학생들과 함께 읽었는데, 약 1년을 읽고 나니 어머니들의 세상 보는 눈이 약간이나마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밤에 하는 중학교 과정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기도 한데 “민주주의의 반대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독재입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반대라고 할 수 있고, 자본주의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을, 사회주의는 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합니다”하니 대뜸 “그럼 사회주의도 좋은 거네요”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편견이 적으니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물론 모두 무료 강좌다보니 재미는 쏠쏠하지만 지갑은 쓸쓸하다.
  올해 5월부터 한글 수업 <초급반>을 하나 더 개설했다. 30여 명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글 수업을 하다가 책상과 의자가 부족해서 분반을 하고 반을 하나 더 늘렸다. 지금은 50여분이 나온다. 그만큼 지역에서 어머니들의 수요가 많고, 욕구 또한 다양하다. 한글을 배우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교를 나오고 친구를 만나고, 대학생 선생님들을 만난다. 오는 9월 17일부터 검정고시 중등반, 고등반 수업을 시작한다. 이 수업은 20명의 부산대 대학생 선생님들이 ‘강학’이란 이름으로 야학에 나와 수업을 진행한다.
  무궁화 야학은 지난날의 어려웠던 환경 때문에 배움의 시기를 놓친, 가난해서, 집안의 남자형제들이 많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등등의 이유로 교육의 기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된 억눌린 계층과 함께한다. 배움에 목마른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무기력의 포위망’에서 벗어나고,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힘을 통해서 자존감을 얻고, 삶을 변화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사)평화캠프 무궁화야학 | 부산광역시 동래구 동래로 143 | 051) 552-7269
후원계좌 | 부산은행 033-12-089471-3 (예금주: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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