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듯 ‘힐링’과 관련한 상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힐링과 관련한 서적들이 연일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고 직장인들이 이번 여름동안 가장 많이 찾은 책이 힐링 관련 에세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힐링을 이용한 과도한 상업화와 근본적 문제해결이 없는 ‘힐링 의존’에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 특허청에 ‘힐링’과 관련한 상표만 200개에 달하는 가운데, 심신 치유와 크게 관련이 없는 본래의 제품에 ‘힐링’이라는 단어만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소비자포럼 윤공석 전략본부장은 “과거 웰빙이란 단어가 자주 남·오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힐링도 그런 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색포털 사이트에서 ‘힐링’이라는 검색어로 상품을 검색한 결과 지난 6일 기준 13,500여 개의 상품이 41개 카테고리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 중에는 원단 등에 특별한 기능이 없는 ‘힐링 이불’을 비롯해 심신안정과 연관성이 적은 건강식품이 제품명에 힐링을 덧붙여 다시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윤공석 부장은 “치유기능이 없는 힐링제품 구매는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치유가 필요한지부터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유명인들과 기득권이 대중을 상대로 힐링을 내세워 정치적 행동을 보이는 것 역시 ‘진정한 힐링’에서 벗어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힐링은 자신의 아픔을 잘 공감해줄 수 있는 힐러와 상세한 힐링 과정 및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힐링은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자기계발서 등을 통해 유명인의 사례에 자신을 이입시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힐링이 대두 된 배경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내면의 치유에만 치우친다는 비판도 거세다. 내면치유와 관련된 서적이나 힐링 방법들은 보통 힘든 시기를 이겨낸 인물의 일대기를 다뤄 ‘힘들어도 꿋꿋이 버티기’를 주장하고 있거나 외부에 탓을 돌리지 않고 ‘내면을 정화시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제도개선과 보편적 복지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할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개인이 스스로 처리하도록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한국심리상담연구원 김종일 원장은 “현대인의 아픔이 사회의 어떤 문제점에서 오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이를 직접적인 제도 개선 등으로 해결하는 것과 심리치유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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