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디자이너 윤호섭(국민대 시각디자인) 교수를 만나다

매주 일요일 아침, 그린디자이너 윤호섭(국민대 시각디자인) 교수는 인사동으로 출근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헌 티셔츠 그림 그리기’를 하기 위해서다. 윤호섭 교수가 11년째 꾸준히 출석도장을 찍고 있는 이유는 바로 ‘환경’ 때문이다.
 
윤호섭 교수는 ‘그린디자이너’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생태주의 예술가다. 윤호섭 교수가 지향하는 그린 디자인이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환경 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린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는 1991년 세계잼버리대회에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인 청년을 만나면서부터다. 그 청년은 대회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국의 환경문제에 대해 질문했고 이를 통해 윤 교수는 우리나라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그 후 윤호섭 교수는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코엑스에서 여름마다 녹색 여름전을 개최하고 있고 지난 5일에는 인사동에서 공존과 균형을 이야기하는 전시회 ‘숨’을 열었다.
 
인사동에서의 활동도 그린 디자인 활동 중 하나다. 윤 교수가 준비해 온 헌 티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행인들은 하나둘씩 멈춰서 그 모습을 구경한다. 그러면 그는 구경꾼들에게 “티에 나뭇잎이라도 그려줄까”하며 말을 건내기도 한다. 간혹 그림을 그려 달라 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 요청을 받으면 즉석에서 티셔츠 안에 신문지를 넣고 페인트와 붓으로 슥슥 티셔츠에 그림을 새긴다. 티셔츠에 그림을 받은 김

 

혜정(성남시 분당동, 40) 씨는 “녹색이라 마음에 든다. 자연을 소재로 해 더 감동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티셔츠에 그리는 그림에는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녹색 천연 페인트를 사용한다. 또한 돌고래, 나뭇잎, 별 등 자연 속의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 윤호섭 교수는 “녹색 물감을 사용하는 이유는 녹색이 생명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며 “사람이 입을 것이기 때문에 자연 친화적이고 무해한 천연 페인트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린디자인은 윤호섭 교수의 삶 속에 녹아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윤호섭 교수는 “제자가 실용성과 메시지를 모두 담은 물뿌리개 작품을 만들었다”며 “구제역으로 죽어간 가축의 슬픔과 물뿌리개의 기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디자인 이외에도 냉장고를 쓰지 않는 등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한 ‘실천’을 행한다. 자신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들을 찾아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윤 교수의 활동에 동참한 이들도 있다. 티셔츠 그림 그리기 활동을 돕고 있는 김구조(서울시 연희동, 49) 씨는 그 중 한 명이다. 김구조 씨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한 후 기회가 되어 활동을 돕고 있다”며 “그림 그리기 외에도 행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두 아들의 티셔츠에 그림을 받은 김진식(서울시 구의동, 42) 씨는 “코엑스에서 교수님의 작품을 봤다”며 “이후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환경 운동을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도 윤호섭 교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파괴된 생태계를 보고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윤호섭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토 면적당 원전 밀도가 가장 높다”고 원전의 위험성을 일깨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작은 실천이다. 원전 이외에도 환경 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작은 것을 실천하고 배려하라’는 젊은이를 향한 윤호섭 교수의 전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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