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 <아이, 로봇>

  2004년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은 지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한 2035년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속 로봇들은 ‘로봇 3원칙’에 따라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인간들은 이러한 로봇 덕분에 안락한 삶을 영위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영화 <아이, 로봇>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발표한 SF 소설들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SF계의 거장’으로 불리며 500여 권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아이, 로봇>은 훗날 수많은 SF 물의 모티프가 되고 오늘날 로봇 공학 발전의 방향을 제시한 ‘로봇 3원칙’이 등장해 주목할 만하다. 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는 “작품 속 ‘로봇 3원칙’은 오늘날 로봇공학의 표준이 됐다”며 “아시모프는 소설가지만 과학기술과 인류의 관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언제나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려 애썼다”고 평했다.
 
아시모프의 작품에는 로봇 3원칙에 따라 자율적인 주체로 행동하는 로봇이 자주 등장한다. 첫 번째 단편 <Robbie>에서 로봇 ‘로비’는 인간 소녀와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교환하고, <Little Lost Robot>에는 자존심을 지닌 로봇 ‘네스터 10호’가 등장한다. 아시모프의 작품에서처럼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이장명(전기공) 교수는 “현실적으로 로봇이 인간과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지니는 것은 어렵다”며 “로봇에게 감정은 프로그래밍으로 학습된 판단의 기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인석(인하대 철학) 교수는 “로봇이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을 갖기는 불가능하지만 현상적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지닐 수 있다”며 “로봇윤리는 이러한 현상적 자율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로봇에 대한 이러한 원칙은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마저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타인 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개인의 악행을 저지하기 위해 로봇을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로봇의 제1원칙에 위배 돼 실행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아시모프도 인지했는지 <The Evitable Conflict>에는 ‘로봇 0원칙’이 새로 등장한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시모프는 로봇의 제한된 자율성을 보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제2, 3원칙의 윤리적 결함도 발견되자 학자들은 이를 수정된 로봇 원칙으로 보완하려 시도 하기도 했다. 
 
김진오(광운대 로봇) 교수는 “앞으로 로봇 개발은 인간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분야에 사용되던 기능을 강화하거나, 다른 기능을 추가하고,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척하는 것과 같은 ‘융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장명 교수도 “이제 로봇 연구는 공학만의 영역이 아니라 인문·사회·예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총체적 연구”라며 “로봇의 발전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인간 소외 현상 같은 윤리적 고민을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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