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온 나라가 법석인 한 주였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학생회관을 강렬한 기타 리프와 쿵쿵거리는 드럼 소리로 떠들썩하게 하는 학생들이 있다. 방학도 잊은 채 하루 8시간씩 독하게 연습하고 있다는 밴드 ‘해모수’의 요란한 비트에 끌려 연습실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연습실에는 드럼 조광헌(물리 1) 씨와 일렉기타 김동우(도시공 1) 씨, 그리고 보컬 김영진(기계공 1) 씨, 베이스 김준섭(기계공 2) 씨가 연습을 하고 잠시 쉬고 있었다. 휴식을 뒤로 연습을 재게한 곡은 영국의 브릿팝 밴드 MUSE의 ‘Time Is Running Out’. 안정적이고 묵직한 드럼과 베이스, 공격적인 기타 리프와 몽환적인 보컬은 원곡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해모수는 지난 1989년 결성된 중앙 밴드 동아리다. 우리 학교의 다른 중앙 밴드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지금까지 28번의 정기공연을 비롯한 각종 무대에 초청돼 많은 공연을 소화했다. 현재 해모수의 멤버는 준비기 5명, 활동기 3명, 총 8명으로 이뤄졌다.
  연주가 끝나고 시곗 바늘은 어느 덧 9시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들은 왜 늦은 시간 까지 연습을 하는 걸까. 보컬 김진교(법학 3) 씨는 “실력있는 밴드라는 명성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밤 늦게 연습하고 있다”며 “바쁜 학기 중 보다 방학 때 실력을 탄탄하게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 말고도 라면을 끓여먹거나 야식을 시켜먹으면서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것도 늦은 밤 연습의 묘미라고. 또한 진교 씨는 “밤 늦게 연습하다 보면 공부하는 학생 분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며 “서로 지키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밤늦게 까지 연습을 해도 즐거운 밴드만의 매력을 들어봤다. 광헌 씨는 “사람들이 모이고 음악으로 교감하고 호흡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영진 씨는 “빨리 실력을 쌓아 하고 싶은 곡을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고 전했다. 준섭 씨는 “누구나 밴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담담하게 말하더니 쑥쓰러운지 이내 웃는다. 이어 “하루 빨리 베이스를 연주할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 연습을 쉬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준섭 씨는 활동기 멤버지만 준비기에 베이스가 없어 연습을 함께 하고 있다.
  진교 씨는 23기 활동기 기장으로서 연습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청소도 앞장서서 하고 밥도 챙기는 등 밴드원 들을 세심하게 챙긴다고. 진교 씨는 “보통 남자 보컬이 노래를 부르면 여자 관객들의 호응이 많은데 저는 유독 50대 아저씨들의 호응이 많은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 했다.
  해모수는 오는 16일 오후 6시 학교 앞 라이브 카페 ‘무-몽크’에서 29번째 정기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준비기 멤버들은 이 날 무대에서 공식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밤이 깊도록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밴드 멤버들은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학생들이 보러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밤을 잊은 그들의 ‘록스피릿’은 즐거움(樂) 그 자체였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