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달동안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던 학교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에 있는 ‘카자흐 대학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 수준의 인재들만 모인학교이다. 캠퍼스는 보통 카자흐스탄의 대학교와는 달리 아주 넓었다.


  수업은 귀국한 다음날 아침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강의실은 기숙사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다. 건물은 방학이라 그런지 한창 수리중이였다. 페인트 냄새 때문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강의실은 우리학교 강의실보다 훨씬 작았다. 책상과 의자도 나무로 된 것이라 오래 앉아있으면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강의실마다 컴퓨터가 없어서 교수님께서 매 수업시간마다 큰 지도들을 들고 다니셨다. 강의실 문도 우리나라의 경우 수위아저씨가 열어주시는데 반해 여기는 교수님들께서 직접 문을 열고, 마치면 직접 잠그셨다.


  수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었다. 러시아어와 중앙아시아역사에 대해서 배웠는데 선배들과 반을 따로 나누어서 수업을 들었다. 러시아어 수업방식은 한국에서 듣던 수업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먼저 문법 설명을 듣고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었다. 2권의 책으로 수업을 했고, 한 쪽에는 영어로 번역되어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러시아어수업은 수업방식도 비슷하고, 한국에서 외국인선생님과 수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역사수업은 걱정이 많이 되었다. 왜냐하면 중앙아시아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제일 큰 문제는 중앙아시아역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다른 교수님들보다 말이 2~3배 빠르셨기 때문이다. 첫 수업에는 진짜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1달 동안 수업들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역시 교수님은 교수님이셨다.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해본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역사 뿐만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의 지리에 대한 공부도 했다. 지도를 보며 지형과 분포된 지하자원에 대한 것만 배웠는데도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 알게된 것 처럼 느껴졌다. 제일 부러웠던 점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석유가 많이 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수업을 듣다보니 처음에는 교수님과 눈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겼는데 점점 교수님과 정이 쌓였다. 우리가 잘못해도 외국인이니까 천천히 하라고 하시면서 이해해주셨고, 쉬는 시간에는 직접 차도 끓여주셨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성적표를 받을 때 우리는 교수님들께 편지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1달이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닌데 그새 정이 쌓여서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너무 섭섭했다. 교수님도 많이 섭섭하신지 우리를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셨다.

  겨우 1달간의 어학연수이기에 러시아어 실력이 눈에 띄게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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