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는 뒤틀린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사람들의 감정은 획일화돼있고 원하는 누구와도 자유섹스를 즐긴다. 신세계의 인간은 실험실에서 배양되어 태어나기 때문에 부모가 없으며, 태어날 때부터 계급별로 분류되고 서로 다른 운명을 지고 살아간다. 어릴 때부터 반복된 세뇌학습으로 각 계층 간의 일이 뒤섞이는 일은 없으며, 계급 간의 이익다툼 또한 없다. 그렇다면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과학 기술과 암울한 미래 세계의 모습은 과연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소설 속 상위 계급은 ‘소마’라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서 고민이나 불안 없이 살아간다. 우울증환자들은 세라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물질들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우울증치료제는 그런 신경물질을 활발하게 생성시키는데, 소마는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가상의 물질이다. 최은상(생명과학) 교수는 “소마는 신경전달 물질을 일시적으로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게 돕는 물질로 추정된다”며 “현실세계에서 소설과 같이 ‘소마’ 같은 물질을 계속해서 복용하면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약물을 복용할수록 감정의 네거티브 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인공 부화실에서는 계급사회의 발단이 되는 수정란의 부화가 일어난다. 각각 보관된 난자와 정자는 시험관 안에서 수정되고 하위 계급인 감마, 베타, 입실론으로 정해진 수정란은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거친다. 이는 난자에 엑스레이를 쬐이고, 또 부화기에 넣고 냉각시키는 것을 반복해 생장을 억제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난자는 싹을 틔워 여덟 개에서 최대 96개의 태아로 탄생한다. 하지만 이런 보카노프스키 과정은 현재의 생명과학 기술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상상이다. 정영미(생명과학) 교수는 “16세포기까지는 세포를 하나씩 떼어낼 수 있겠지만 분열이 더 진행되면 세포끼리 뭉쳐지는 현상 때문에 떼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많은 정자 속에 난자를 투여하여 수정을 거치는 과정은 현대 불임 부부들이 사용하는 ‘체외수정’과 비슷한 과정”이라며 인공수정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설 속 조건반사 습성훈련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적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아기들에게 책과 장미를 보여주고 전기 충격을 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으로, 독서를 통해 생각의 힘이 커지거나 자연을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신현정(심리) 교수는 이를 ‘컨디셔닝’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컨디셔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 중 ‘조건형성’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치료의 개념이 되면 ‘조건치료’가 되는 것이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신현정 교수는 “컨디셔닝은 강력한 행동변화방식이지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어떤 목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세계 속 미개척지에서 ‘어머니’를 둔 야만인으로 분류된 존은 결국 신세계의 문명과 인간을 파괴하는 과학 기술 발전에 심한 역겨움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장현오(윤리교육) 교수는 “과학의 속성 중 하나가 기술적으로 개발가능하면 무조건 발전하는 것”이라며 “과학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뒤집고 이를 비판할 수 있는 과학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 미래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